자동차업계가 조업단축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된 가장 큰 배경은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 누증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3월말 현재 자동차업계의 재고는 18만대.

수출재고 5만6천대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12만5천대가 재고로 쌓여 있다.

이는 꼭 한달전인 지난2월말 재고 10만대(내수재고 9만대)에 비해 거의
배가 늘어난 것이다.

업체별 3월말 재고를 보면 대우자동차가 수출재고 3만1천대를 포함해
7만5천대로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가 수출재고 1만2천대를 포함해
6만2천4백대, 기아자동차가 수출 1만대를 포함해 3만5천대에 이른다.

쌍용자동차도 한달 생산분인 6천5백대를 재고로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8만대의 재고가 있다해도 판매 가능성이 있다면 조업단축
이라는 극약처방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동차 성수기인 3월달에도
판매가 극히 부진한데다 이달 들어서도 경기침체로 판매가 회생의 조짐을
보이지 않아 조업단축의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이미 지난해 연말 대대적인 무이자 할부판매로 재고를 적정
수준 밑으로 낮춘데다 1월에는 노동법개정 관련 파업으로 생산이 평소보다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이처럼 재고가 급증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내수판매 부진에 따라 생산물량의 상당부분을 수출로 돌리고
있으나 이 역시 엔저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여의치 않아 무작정 수출
드라이브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산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업계의 수출은 9억7천6백만달러어치.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천6백만달러보다는 늘어난 실적이지만 당초
목표인 10억5백만달러에 비해서는 8백만달러 정도가 모자라는 것이다.

특히 내수부진으로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이정도라면 수출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그동안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재고가 쌓여도 계속 설비를 가동해 왔으나 이제는 재고 소진 자체가
어려운데다 재고비용이 한계에 달해 더이상 공장의 정상가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나라고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가 수출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이런 상황 아래서는 자동차산업 미래는 우울
하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