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영수회담은 정치권이 "경제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경제영수회담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회담의 주요의제는 경제살리기에
집중됐다.

헌정사상 여야영수들이 모여 경제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가 그동안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비추어 볼때
이날 회담은 정치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이면에 숨은 뜻이야 어떻든간에 회담을 야당이 먼저 제의했다는
점은 정치권의 성숙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회담을 계기로 노동법파문, 한보사태, 현철씨 국정
개입, 삼미부도 등으로 이어지면서 표출된 극심한 여야 대결구도는 당분간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러가지 시국문제들로 인해 더이상 경제난이 가중돼서는 안된다는
정치권의 자성이 이같은 모임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의 진정된 모습은 경제계의 분위기쇄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담에서 여야대표들은 "합의문"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호소문을 공동으로 채택, 경제살리기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을 정리했다.

여야대표들은 합의문에서 <>고통분담호소 <>경제대책협의체구성 <>고용
및 임금안정, 물가안정 공동노력 <>시중 자금난 해소 <>금융실명제보완
등 7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현재의 경제난에 대해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방안들을
제시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보사태가 더이상 경제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점이다.

국정조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모든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도록 하되 그
파장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보사태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괴력과 이로인한 국정혼란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합의문과 함께 발표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은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대
목으로 정치권의 자성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합의문에 국민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은 얘기는
있었지만 그 형식이 별도의 호소문으로 발표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야합의로 이같은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정치지도자들이 현재의
경제난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호소문에서 여야대표들은 "경제를 살리는데 우리 정치인들이 앞장서겠다"고
선언, 경제살리기에 대한 정치인들의 각오를 보여줬다.

또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초당적인 협력과 국민 모두의
협조와 동참, 어떠한 고통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밝혀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실리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회담으로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비롯한 국정운영에 한층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보사태와 현철씨문제 등으로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기가 곤란했던
김대통령에게 이번회담은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치권에서 조성한 "경제살리기"분위기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그대로
이어져 "경제살리기"행보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청와대비서실은 4일로 예정된 경제5단체장오찬회동에 이어 재계인사
및 경제계원로, 노동계인사들과의 회동을 추진중이다.

김인호 경제수석은 "경제는 실제상황이 50%이고 나머지 50%는 예측이나
분위기에 의해 좌우된다"며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분위기가
경제회생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