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과중한 교육 부담이다.

학생들은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으며 학부형들은 엄청난 사교육비의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개선된 것도 아니며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있다.

유치원교육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대학교육이 부족해서 대학원까지
진학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에서 영어학습을 실시한다니 사교육비의 엄청난
증가와 교육 현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아무리 세계화가 급하더라도 영어학습에 필요한 교사 자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하고 있어 오히려 교육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정책이고 한번 결정했으면 부작용이 있어도 밀고 간다는 경직된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지금의 현실에선 중고교의 영어학습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실을 기하지 못한 때문이다.

지금 다시 초등학교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하는데 큰 일이다.

사실 우리말도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어린아이들까지 과외로 모는 상황이 온다면 교육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치 경제 등 여러 상황을 봐도 초등학교 영어학습은 시기상조이며 심사
숙고하고 준비를 철저히 한 다음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해도 늦지
않다.

초등학교 영어학습의 실시를 재고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정기채 < 광주광산구.중등교사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