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에서 외국산이 밀려나고 국산제품이 기세를 올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올들어 지난 1,2월중 휴대폰 판매시장은 삼성 LG 현대전자등 국내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80%가까이로 올라간 반면 10년 넘게 1위를 지켜오던
모토로라는 5.6%로 떨어져 급속한 위축을 보인 것으로 관련업계는 집계했다.

휴대폰시장의 이같은 판도변화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상당수의 생활용품
시장이 외국산에 의해 시장잠식이 이뤄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산 휴대폰의 국내시장 석권은 의욕적인 기술개발및 투자확대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의 성능과 가격을 꾸준히 개선시킨 결과다.

때문에 어떤 상품이든 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시장을 개척하고
넓혀갈수 있다는 평범한 경제원리를 실증해준 좋은 사례라고 할 것이다.

정보통신기기분야의 기술개발노력과 투자확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지난날 전전자교환기(TDX)에 이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을
차세대 디지털통신의 기술표준으로 선정, 국책사업으로 연구개발을
집중한 결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동안 CDMA방식을 외면해오던 일본이나 독일등 일부 국가들까지도
이동통신분야에서 CDMA방식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더큰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흔히 국내시장에 외국상품이 밀려 들어오는 것에 대해 외제병을
들먹이거나 과소비를 탓하는 현실이다.

물론 그같은 현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디자인등 상품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값싸고 품질이 좋으면 굳이 외국산을 살 이유가 없다.

우리가 휴대폰시장의 판도변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같은
판단에서다.

가뜩이나 우리경제에 대해 패배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지금이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등 고비용만이 문제도 아니다.

상투적인 주장이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또 그게 우리경제가 진정 사는 길이다.

비단 정보통신분야 뿐만 아니라 사양산업이라고 제져놓고 있는 분야,
이를테면 섬유 신발, 그리고 각종 잡화등 경공업분야도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을 확보할수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는 선진국의 유명상표도 선진국 제품이라서,
또는 오래된 상표라서 유명한 것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노력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탓하기에 앞서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은
물론 개방된 국내시장에서도 당당히 수입품과 경쟁해 이기자는 적극적인
사고로 무장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