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운영방향은 역시 안정속의 구조개선으로 확인됐다.

원론에 충실하며 점진적으로 체질을 강화해 나가자는 구상이다.

경쟁력 배양은 규제완화를 통해 접근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전형적인 안정론인 셈이다.

마치 강부총리가 경제기획원 차관보시절 주도적으로 입안했던 지난 79년의
4.17 경제안정화시책이 18년만에 다시 살아나온 듯한 모습이다.

당시 안정화시책은 <>물가 안정 <>재정긴축 유지 <>중화학투자 조정
<>금융운용구조개선등이 골자였다.

여러가지 상황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보면 이같은 선택에 일응
수긍이 간다.

더군다나 사태를 일거에 돌변시킬 뾰족한 묘안도 없고 보면 교과서가
가르치는 길을 따르자는데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학계에서도 이같은 방향에 이론을 다는 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경제팀의 기자회견이후 한보부도사태를 계기로 새로 출범한 경제팀
이 아직도 경제현실이 안이하지 않냐는 힐책의 목소리가 경제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돈이 있어도 떼일까봐 빌려줄수 없고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담보가
부족, 돈을 빌릴수 없어 애를 태우는 금융기관과 기업가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알맹이 있는 대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경제철학이나 강의하려고 경제부처합동기자회견까지 열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강부총리 측근들은 "하도 들어 식상하고 추상적인 총론뿐이다" "손에 잡히는
건더기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 이날 오전부터 경제운용의 총론만 우선
제시한 만큼 추후 발표될 각론적 처방을 기다려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새경제팀의 경제철학이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경제해법을 제시한 만큼
향후 후속대책이 나오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이해집단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성과도 거둘수 있는 처방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물론 강부총리 특유의 소신과 고집, 아이디어가 발휘된 것도 몇개 있다.

성역처럼 인정되어온 농어촌부문 예산삭감 추진이 그것이다.

강부총리는 정부예산 집행과정에서 1조원이상을 덜쓰기 위해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서 올해 6조7천억원이 편성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계획대로 추진
되지 못해도 감내할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절대절명의 과제로 인식되어온 사회간접자본투자사업도 투자효과에 따라
엄선하겠다고 밝히는등 사고의 유연성을 보여준 것은 의미를 둘 만하다.

새 경제팀의 단기대책에 대한 인식은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제팀은 당장 경제에 도움될 각종 단기대책을 경기부양조치라며 죄악시
하고 있다.

발등이 썩고 있는 상황에서도 내성을 우려, 좀더 단위가 높은 페니실린을
쓰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경제심리안정도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못지 않게 중요하다.

금융계에서는 극소수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의 연쇄부도사태가
발생할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 한보철강 부도이후 상승세를 유지했던 주식시장마저
삼미그룹 도산이 알려진뒤 연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금융기관및 기업의 외화차입 여건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파산설마저 나돌고 있기도 하다.

본질적인 해법만 찾다가 투약이 늦어져 발등은 커녕 다리 전체를 잘라내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