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지 두 달밖에 안된 금융개혁위원회가 벌써 파장분위기다.

정책집행부처인 재정경제원의 강력한 견제와 관련금융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면서 "금융빅뱅"이라는 당초의 취지는 상당해 퇴색되는
조짐이다.

우선은 위원들의 자세가 문제다.

개혁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각론에 들어서면 소관분야(해당
업계)의 이익을 조금도 내놓지 않으려 한다.

여기다가 관련부처의 주도권싸움도 금개위의 위상을 떨어뜨리는데 한몫
거들고 있다.

금개위가 출범하고 나자 여러가지 사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재정경제원이 서둘러 금융산업 개편방안을 제시, 금개위에 대한 김빼기에
앞장서고 있다.

금개위의 전체회의 상정안건을 재경원이 미리 스크린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금개위가 할 수 있는 일이란게 별것 없을 것"이라고
내놓고 말할 정도이고 금개위 관계자도 "집행부서의 입장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협력관계"를 간접시인했다.

한국은행과 통상산업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던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나서는 등 관련부처들이 너나 할 것없이 금개위의 활동에
재를 뿌리고 있다.

협조차원으로 볼수도 있지만 속이 뻔히 들여다보여 발목잡기로 밖에 해석
할 수 없다.

게다가 명색이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면서도 출범후 한달이 지나서야
예산이 배정되는 등 정부의 지원도 인색한 실정이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금개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긴 하지만
정작 금개위의 산파역이었던 이석채 수석마저 물러난 상황이어서 금개위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설립초기에 "리틀뱅이 모여 빅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처럼 금융
산업 대수술을 위한 개혁의 단초를 마련하는게 금개위의 존립이유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 같다.

박영태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