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서 < 쌍용정보통신 사장 >

결혼후에는 내집 장만하느라 여유가 없고, 그것이 해결되고 나면 아이들
교육비가 손을 벌리고 있어 우리나라 부모들의 인생은 정말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여정이다.

따라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국토가 좁아 주택비 비싼 것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교육비만큼은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부모들 인생의 절반가량은 한결 여유로워 질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공교육비보다 엄청난
사교육비이다.

더구나 그 사교육의 내용이 점점 다양화 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근래에는 영어와 컴퓨터 붐으로 이 두가지를 위한 사교육비도 만만찮다.

비교적 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에서는 유치원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40~50만원하는 영업교습이 유행이라고 한다.

백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사주고,컴퓨터 학원에 보내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꺼리도 못된다.

세계화다, 정보화다 하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새로운 교육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적인 교육시스템이 그것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집에서는 펜티움 PC를 쓰는데 학교가면 286PC가 있으니, 그것도 충분히
이용할 형편이 못되고 사용할 소프트웨어도 변변찮은 것이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이다.

시설학원은 훌륭한 어학시설을 갖추고 미국인강사가 소수의 수강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데 우리의 공교육환경은 어떤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내 아이를 정보사회,
세계화시대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아이도 만들고 싶은 것이 부모들 심정이다.

그래서 부인들까지 부업전선에 뛰어들어 과외비를 벌고 있고, 그래도
부족하면 교육환경 좋고, 비용이 싼 나라로 이민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공교육환경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옆집 아이와 비교해 우리 아이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는 학부모처럼, 정부도 선진국 아이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고,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