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4일 신임총리에 고건 명지대총장을 발탁한 것은 지난
2.25 대국민담화의 연장선상에서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개각이나 신한국당 당직개편도 마찬가지다.

민심수습과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번 개각은 실무형위주로 국정의 안정성과
지속성등을 고려, 해당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발탁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자리안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새롭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이미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국정운영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해당분야의 업무에 생소한 사람이 내각에 들어와 일을 배워가며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고총리임명도 같은 맥락이다.

검증받지 않은 새로운 인물을 총리로 발탁하기에는 김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위험이 너무 컸다고 볼수 있다.

풍부한 국정운영경험과 행정능력을 갖춘 인사가 절실히 요구됐던 것이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신임총리는 풍부한 행정실무능력과 정치력, 깨끗한
몸가짐을 겸비한 기대할만한 관료출신"이라며 "오랜 공직생활에서 그만큼
흠없이 처신하기도 쉽지 않다"고 높이 평가했다.

총리는 "국민화합형 인사"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고총리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전북출신으로 김대통령의 "탈PK인사" 실현을 가시화하는 효과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용태 청와대비서실장이나 고총리등은 엄밀히 말해 "지난간
인물들"이다.

또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한국당의 대표로 거론되는 이한동고문도 5공
인물이다.

참신성에서는 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대통령의 인선기준은 종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 5,6공에서 일했더라도 능력있고 처신이 깨끗했으면 별 문제가 안된다
고 인식하고 있다.

임기말에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고총리는 수서사건때 보여준 강직한 면모등 여러가지 면에서 적임자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총리의 첫번째 과제는 우선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다.

노동법과 한보사태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국정운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학원가 시위등 "3~4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기 전에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형편이다.

또 정부 기업 근로자등 각 경제주체들의 힘을 모아 국민적 최대 관심사인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보태세확립도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며 공정한 대선관리도 고총리내각이
담당해야할 몫이다.

정권말 권력누수기에 공무원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일에 과연 김대통령이 고총리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청와대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이 종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총리에게 권한의 상당부분을 위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화려한 경력의 고총리 내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