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규수 = 이봉구특파원 ]

뽕밭이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규슈섬 최북단 기타규슈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신일본제철의 야하타
제철소.

세계최대철강메이커 신일철의 발상지인 이 제철소가 광대한 허허벌판으로
바뀌었다.

이 제철소 부지는 아직도 조업을 계속하고 있는 일부 공장들을 남겨두고는
흙과 트럭 불도저만이 눈에 띄는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모해 있다.

명성이 자자하던 철강왕국의 위용은 간 데 없다.

이곳이 세계적 철강왕국의 본거지였음을 나타내주는 것은 히가시다
제1고로의 공장잔해 뿐이다.

일본 최초의 제철소인 이 공장도 지금은 빨갛게 녹슬대로 녹슬어 있다.

야하타제철소가 이처럼 모습을 달리한 것은 선박접안이 용이한 인접
매립지 도바타지구로 주력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신일철이 이 부지에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일철은 1백19ha(약36만평)에 이르는 재개발지역에 총 4백60억엔을
투입해 오는 2002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계획에는 기타규슈시와 일본정부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기관은 개발계획중 공공시설건설에 필요한 1백90억엔을 절반(95억엔)씩
지원하며 나머지 2백70억엔은 신일철이 분양대금으로 충당한다.

신일철은 이 지역을 산업 오락 문화 주거시설을 망라한 거대한 종합
복합단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2백만명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스페이스 월드(약 22ha)도 단지내에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은 기타규슈공항으로부터 자동차로 약 30분, 후쿠오카공항에서는
약 1시간정도가 걸리지만 교통을 더욱 편리하게 하기 위해 개발지역내에
가고시마본선이 통과하는 신철도역이 건설되는 한편 폭1백m에 이르는
중심도로 등 자동차도로도 다양하게 구축될 예정이다.

개발은 미디어파크(약 18ha) 뮤즈파크(약 9ha) 베이프런트파크(약 11ha)
타운센터(약 7ha) 어번레지던스(약 7ha) 등 5개지역으로 나뉘어 단계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디어파크의 경우는 전자 정보 등 멀티미디어관련기업들을 유치해
정보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복안이고 뮤즈파크에는 각종 박물관 등이
들어서게 된다.

타운센터는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이, 어번레지던스지역에는 3천명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9~10층의 중고층 맨션이 자리잡는다.

바다와 인접한 베이프런트지역에는 각종 레저시설 및 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신일철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곳은 미디어파크.

미디어파크는 전체면적의 4분의 3이 이달말에, 4분의 1은 내년중 토지
개발이 끝난다.

신일철은 이달말 토지정리가 완료되는 부지에 대해서 오는 4월말까지
분양을 완료한다는 목표아래 입주업체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역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신일철 도시개발사업부의 아미오카 겐지
부장대리는 "미디어파크의 성공여부는 야하타 히가시다 개발계획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미지관리를 위해 국내외 유명
기업들을 가능한한 많이 유치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이에따라 신일철측은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유명업체들은 물론 한국 대만
등 외국기업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대만의 경우는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한국의 경우는 전자 반도체업체들이
유치 타깃이 돼 있다.

신일철 개발담당자들은 이를위해 지난 2월 이미 대만기업들에 대한
순회설명회를 가졌고 한국에서도 이달중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관련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일철은 이와는 별도로 대규모 게임센터도 조성한다는 목표아래 소니
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세가 등 게임기메이커와도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의 성공여부는 입주희망업체들이 가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토지분양가격은 평방m당 10만2천~11만8천엔선으로 도쿄지역에
비하면 훨씬 싸지만 기타규슈시의 여타지역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이와관련, 아미오카 부장대리는 "이곳에 입주하면 일본 대만기업 등과의
정보교류가 항상 가능해 기업들에 큰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신일철의 발상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데 대해서는
"히가시다 제1고로는 끝까지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길 것이다.

건물은 깨끗하게 페인트칠하고 내부는 소규모 전시장으로 활용해 일본
철강사의 기념물로 보존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