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붕중국 총리는 1일부터 14일까지 북경에서 열리는 제8기 전국인민대표
대회(전인대) 5차회의에서 행할 정부 공작보고를 통해 국가에, 인민에
대해일치단결해 고 등소평의 사회주의 현대화 이상을 실현시켜 나가자고
강력히 호소할 예정이다.

28일 홍콩 언론들에 공개된 이붕총리의 공작 보고서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8%로 잡고 인플레를 작년의 6.1%보다 낮출 것임을 강조했다.

등소평의 사망으로 수정된 이 보고서는 최근 이룩된 경제연착륙을
자축하면서도 재정적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올해도 적당선에서 긴축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36쪽 2만자에 달하는 7개항의 보고서는 특히 올해 주요 시정목표로 악화된
국유기업의 경영개선을 제시하고 소수민족 문제 해결을 위해 민족단결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주축인 국유기업의 경영개선을 위해 5백11개 업체에 대해
특별 자금을 대출하며 1백20개 기업은 다국적 기업의 수준으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등의 추도대회일인 지난 25일 발생한 신강.위구르 자치구
우룸치의 폭탄 테러 사건을 중시, 정치.사회적 안정에 민족들의 단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지방정부에 대해 소수민족의 종교 문화 관습에 관계없이
이들에게 자치를 허용하는 중앙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겉으로는 회기가 과거의 10일 정도에서 14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안건이 없는 회의이다.

전인대상무위원회측은 회의기간이 길어진데 대해서 "토의안건의 숫자가
예년보다 많고 홍콩편입 등의 중요 안건이 상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전인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등소평사망 이후 중국 권력구도의 변화를 점쳐볼수 있는 회의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전인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붕총리가 올해 국가시정목표보고를
할 것인지의 여부였다.

그러나 홍콩언론들은 이미 이붕총리의 공작보고서 내용까지 입수해
놓은 상태다.

이붕총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교석전인대상무위원장의 발언과 태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교위원장은 현재 강택민국가주석과 이붕총리에 이어 중국권력 서열 3위에
올라 있을 뿐만아니라 기회있을때마다 직.간접적인 표현으로 강주석을
비난한 장본인이다.

교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사망한 등소평의 장례기간동안 대부분의
중국지도자들이 "강택민동지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얘기를 할때 입을
다물었다.

그가 전인대회의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거리다.

93년3월 전인대상무위원장에 오른 교석은 그동안 "전인대의 의사진행을
민주적으로 하겠다.

국무원과 당의 독주를 견제해야한다"고 말해왔다.

등사망을 계기로 국무원총리의 국가시정목표보고와 정부안건에 제동을
걸어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역때문인지 중국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7일자에서 "단결해
전인대를 개최하고, 회의를 잘 개최해 인민의 단결을 전세계에 과시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강택민주석이 "완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전인대회의를 앞두고 이런 기사를 실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전인대는 제시된 안건의 통과여부나 논의과정 못지 않게 강택민체제
반대파의 움직임이 드러날 수 있는 공식적인 회의이나 그 누구도 현재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감당키 어려운 상황발생을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전인대란 무엇인가 ]]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는 중국헌법상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입법권을 행사하며 국가생활중의 중대한 문제를 결정한다.

국가 주석과 부주석을 뽑고 국무원총리와 부총리 각부 부장(장관)의
인선을 결정한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최고인민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장을 선출한다.

임기는 5년, 매년 1회씩 회의를 소집한다.

현재 전인대 대표는 모두 2천7백99명이며 내년 3월로 전인대 8기 임기가
끝난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