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246조)고
기소독점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기소독점주의는 피해자 개인의 감정이나 지방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검사가 종합적이고 통일적기준에 따라 공소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는 합리성이 보장된다.

또 형소법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247조).

이 주의는 검사가 기소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송조건이 갖춰진 경우라도 검사재량으로 불기소처분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기소 법정주의는 수사한 결과 기소할 만한 충분한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을 갖추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기소편의주의든 기소법정주의든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이지만
기소편의주의는 검사가 기소여부를 자의나 독선, 또는 정치적인 영향에
따라 좌우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 형소법은 재정신청, 즉 "재판상의 준기소절차"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법원에
재정을 신청하고 법원이 심판에 부치기로 결정하면 기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260조).

재정신청은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예외규정이고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견제수단이다.

법원이 사건을 심판에 부치기로 결정하면 지정변호사 (특별검사)가
검사역할을 하게 된다.

4.11총선에 관련해 선거법위반혐의로 입건됐다가 검찰에서 불기소처분된
국회의원들을 재판에 회부하라는 법원 결정이 무더기로 내려졌다.

작년 10월 검찰이 기소자 10명을 제외한 1백10명의 입건된 당선자들을
일괄 불기소처분한뒤 이에 불복한 고소 고발인에 의해 재정신청된 사건은
모두 32건이다.

이중 8건이 재판에 회부됐고 19건이 기각됐으며 나머지 5건이 계류중이다.

재판에 회부된 사건을 정당별로 보면 여당이 압도적이다.

사건의 흑백은 정식재판을 거쳐봐야 안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회부결정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된다.

지극히 예외적인 규정이지만 자주 활용된다는 사실은 원칙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