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를 버리는 비용이 곱절을 넘는 곳이
유럽이다.

건물을 해체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건축비와 맞먹고 스위스가 알프스
일부지역의 트럭진입로를 오는 2000년 이후 완전 봉쇄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환경보호에 대한 애착이 강한 곳이다.

지난 20년간 유럽 각국 정부가 제정한 환경보호 관련법규는 2백가지가
넘고 있으며 지금도 환경보호론자들의 입김에 따라 새로운 법규가 양산되고
있다.

환경비용 부담으로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유럽업계들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규제의 정도는 오히려 해마다 강해지는 상황이다.

환경보호란 대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상기온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를
강화하자는데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유럽의 환경보호에 대한 집착이 역외국에 통산 및 투자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각국정부는 정부대로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집행위 나름대로 환경
관련 규정을 정해 유럽기업은 물론 제3국기업에도 이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환경덤핑"을 통한 역외국의 수출확대를 방지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이에따라 유럽의 환경보호 기준은 우리나라 등 제3국산 가전 자동차
정보기기 컴퓨터 등의 수입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관련 국제기준과 별도로 엄격한 유럽기준을 정하는데 대한
역외국의 반발이 심해 통상마찰의 불씨도 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만들고 있는 대표적 환경장벽은 <>폐기물 재활용 <>환경관리
시스템인 EMAS와 환경규격 그리고 <>환경마크제도 등이다.

여기다 에너지효율의 기준 강화 및 갖가지 환경보호세 신설 등의 움직임이
뒤따르고 있어 UR협정으로 인한 관세인하에도 불구 비관세장벽은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중 폐기물재활용 제도는 벌써부터 역외산제품의 수입을 규제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독일이 지난 91년 6월부터 포장재재활용법을 시행, 산업 쓰레기를
줄이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자 EU 차원에서 관련법규를 제정하는 작업이
추진돼 역외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독일이 시행중인 관련 법규는 종이 유리 플라스틱 알루미늄 주석 등의
재질로 만든 포장재를 기업들이 유통량의 60% 이상을 수거, 재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결과 독일내 신규 포장재 사용량은 지난해 1천1백70만t으로 91년 대비
10%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수거분중 종이류는 90% 유리병은 82%가 재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법규로 인해 독일에 컬러TV VTR 냉장고 컴퓨터 정보기기 등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포장종이 등을 수거, 재활용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만큼 수출원가가 높아진 셈이다.

또 독일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의 LG 등
역외 기업들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며 환경용역 시스템인 "그린 푼크트"
등을 활용하고 있다.

투자기업에도 만만치않게 부담을 안겨주는 셈이다.

EU도 독일의 성공에 고무되어 이 법규를 범유럽 차원으로 확대, 운영하기
위해 현재 관련 법규를 마련중에 있다.

유럽의회도 지난해 11월 종이 유리 및 플라스틱을 폐기물 관리대상
품목으로 정해 50% 이상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폐기물 생산량을 2000년부터
1인당 3백kg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 이의 실시는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재활용 대상품목을 폐차 및 생산물질로 확대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최근 EU집행위와 자동차업계간 힘겨루기가 한창인 폐차재활용 법안이
그 예이다.

집행위는 오는 2002년부터 유럽에서 시판되는 자동차 및 부품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 이사회의 승인을 얻는 즉시 발효시킨다는 방침이다.

영국 스페인을 중심으로한 자동차업계는 원가부담을 이유로 강제규정보다
자발적 참여를 내세우며 반대입장을 밝혀 입법을 둘러싼 양측간 로비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현대 대우 기아 등 우리자동차 업계도 이 규정을
지켜야 유럽에 수출이 가능하게 돼 재활용 기술이 발달한 유럽업체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또 유럽의회는 나아가 포장재외 염소 수은 PVC 카드뮴 등 중금속 물질을
수거, 폐기하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집행위에 요청중에 있다.

EU가 지난 92년부터 시행중인 환경마크(Eco-Label)도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제도중 하나이다.

환경마크 부착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환경보호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큰 부담이 되는게 현실이다.

EU는 세탁기 화장지 세제 페인트에서 정원흙에 이르기까지 환경마크
기준을 정한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사무용지에도 이를 확대 적용했다.

이 마크를 획득하려면 제품의 재질을 일정분 재생 가능한 것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제조공정에서도 환경파괴 물질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이 마크를 획득하기위해 검사를 받는 등 상당한 비용도 들어간다.

이에따라 EU내 업계는 물론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조차 EU의 환경마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불만, 통상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복사기 및 팩시밀리 용지 및 펄프제품에 대한 환경기준은 생산
과정의 오염물질 배출한도를 제한하는 등 그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미국
삼림제지협회(AFPA)가 브라질 캐나다 뉴질랜드업체들을 등에 업고 EU측과
치열한 논쟁을 펼치고 있다.

EMAS(환경관리감시제도)도 주시해야 할 제도이다.

지난 95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EMAS는 참여기업의 환경보호 실적을
평가, 이를 점차 개선해 나가는 관리시스템이다.

EMAS규격 획득을 희망하는 업체는 기업의 환경정책수립 실천계획 및 관리
시스템도입 환경감시실시 관련당국의 검증획득 등 엄격한 8단계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이에 참여한 업체는 관보에 게재되는 한편 별도의 인증마크가 부여된다.

따라서 EMAS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일단 환경보호 활동이 뛰어나다고
평가해도 무난하다.

이 제도는 현재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99년까지는
의무규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환경마크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유럽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언젠가는 이 인증을 획득해야할 입장이다.

또 EMAS기준은 환경관련 국제표준화규격인 ISO14001 및 영국의 BS와
유사해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기준과 상층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밖에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에너지세를 신설하려 했던
EU는 이에대한 반발이 심하자 에너지 소비제품의 효율기준 강화로 그 방향을
전환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방안마련을 계속하고 있다.

또 스웨덴의 볼보자동차 등이 환경자율 감시제도를 도입, 실시하는 등
기업 자체적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이들 기준을 역외국에
적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보호에 따른 부담을 느끼기는 유럽기업이나 제3국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존 메이저 영국총리가 "환경보호를 위해 산업경쟁력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유럽기업들도 그 부담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연평균 2백50만대에 이르는 폐차중 80%인 2백만대가
재활용되는 등 유럽의 발달한 환경관련 기술을 감안하면 역외국은
상대적으로 보다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오는 21세기는 환경과 통상문제를 연계하는 또 다른 그린라운드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환경보호 제품개발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폐차를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하다.

"거대한 유럽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제품의 개발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쳐 환경관리를 서둘러 정착시켜 나가는 길밖에
없다"는게 이효수 브뤼셀무공관장의 지적이다.

김영규 < 브뤼셀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