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보사태와 관련한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그동안 한보사태는 대출을 둘러싼 특혜의혹과 비리수사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경제를 추스르는 대책에는 소홀한 느낌이었다.

본란이 비리규명 못지 않게 경제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폈던 것도
그런 시각때문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 10일 관계 장관들과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업계
대표들이 함께 참석한 회의에서 중소기업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나 어제
한승수 부총리가 45개 금융기관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원활한 자금지원및
금융관행개선을 촉구한 것 등은 좀더 일찍 나왔어야 옳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대책에서 올해 상업어음할인 전담재원으로
7천억원을 추가조성하고 경영안정자금 1조4천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지금부터 6개월동안 5천억원의 특례보증을 실시하고 재정및 세제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의 한보수습노력을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예로 보아 정책만 제시되고 집행이 뒤따르지 않거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만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추진돼 중소기업들의 애로해소에 실질적
도움을 줄수 있도록 하고 관계당국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원활한
자금공급이다.

특히 한보사태로 인해 연쇄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가장
화급을 요하는 과제다.

그 중에서도담보대출관행의 시정은 예나 지금이나 첫손가락에 꼽히는
건의사항이다.

물론 한보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담보가 부족하면 문책을 당하는 실무자들
입장에서 신용대출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대출심사제도개선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할 과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에 못지않 게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 또는
금융종사자들의 경직된 업무자세다.

중소기협중앙회가 한보사태이후 회원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대출이 어려운 이유로 49.2%가 담보요구, 31.8%가 금융기관의 소극적
자세를 꼽았다.

복잡한 서류요구는 7.6%, 대출지연 6.8%순이었다.

모두가 담보문제 아니면 경직된 자세 때문이라는 응답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한보사태로 휘청거리는 경제를 수습하는 데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능동적인 업무자세가 필수적이다.

이번 중소기업 대책은 한보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응급처방 성격이긴
하지만 중소기업육성의 근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때마침 어제가 중소기업청이 개청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짧은 기간동안 많은 일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기업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중소기업 시책을 다룸에 있어 자신들이 내세운대로 현장밀착
행정에 더욱 노력해줄것을 이기회에 촉구한다.

이번 한보사태파장을 줄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