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본맥킨지사의 사장이며 현재 평성정책연구소장으로 역임중인 전략
컨설팅 전문가 오마에 겐이치씨가 능률협회의 초청으로 방한, 30일
롯데호텔에서 "97 대변혁의 세계경제, 그 전망과 한국기업의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경계없는 세계" "일본대개조안" "국가의 종말"의 저자이자 Mr.전략가란
별명의 오마에 겐이치씨가 이번 세미나에서 풀어 놓은 세계경제및 경영에
대한 탁월한 미래전망과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요약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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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산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 빠찡꼬라고
대답하겠다.

빠찡꼬 외에도 여행 관광 레저관련사업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즉 부가가치높은 서비스사업이 인기라는 얘기다.

현재 일본 전국민의 65%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은 그 비율이 75%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1인당 세계최고수준의 GNP를 자랑하고 있다.

어떤 재료를 모아 가공, 생산해 이익을 얻는 공업화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일지 모른다.

생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얻는다는 공업화사회의 기본개념은 케인즈교수가
주창하고 그 철학적 경제학적 논리적 토대를 정립했다.

그러나 실제 경제는 1백년전 케인즈교수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패러다임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부가가치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는가.

생산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마켓, 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물을 수출해 매년 1조엔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에비앙이란 이름 하나로 자동차나 반도체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옛부터 자연이 발달하고 물이 좋은 나라다.

왜 물을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프랑스의 예에서도 알수 있듯이 비결은 마켓창출에 있다.

케인즈의 이론이 깨지고 있는 것은 부가가치창출에서만이 아니다.

수요 공급 금리 고용은 케인즈경제의 가장 중요요소였다.

그것은 한 경제구역에서 통제되고 조절될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의 폐쇄경제에서 올바랐던 정책이 지금은 무용지물이다.

수요와 공급 고용이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나면서 국가차원의 통제력은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실제로 본에서는 엔지니어링을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 회사가 늘어가고
있다.

나이키는 대표적인 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은 미국에서, 생산은 아시아, 태평양의 40여개 국가
에서 하고 있다.

그 공장마저도 자사것이 아니다.

계약공장이다.

21세기는 수요와 공급이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운용에 있어 마켓을 한정시키면 안된다.

일례로 최근 한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노동법개정 문제를 보자.

현재 한국의 임금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따라서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고로 임금을 더이상 올릴 수 없다라는 논리는 케인즈적 마인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신을 소비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한다.

노동쟁의는 지극히 건전한 성향이다.

바로 노동자들이 소비자가 되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을 자신의 고용인이 아니라 고객으로 생각할수 있어야
한다.

OECD에 가입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에 이르면 그때는 소비의 경제다.

소비의 경제에서는 부의 창조방법이 무한하다.

21세기 경제에서는 국토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국가라는 경계가 아무
소용이 없다.

싱가포르는 1인당 GNP가 2만4천달러에 인구가 3백만뿐이다.

그러나 마켓은 3백만이 아니라 전세계다.

자기마켓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또 싱가포르는 물가가 싸다.

식량의 가격은 일본의 절반수준이다.

농민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싼 식량을 들여와 해결한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에서도 어릴적부터 밥을 먹을때 "농부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감사하도록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사실 하나도 고마울 것이 없다.

일본농부는 물가를 상승시키고 있을 뿐이다.

정부에서는 식량을 전량 해외에서 해결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흔히 "아무래도 급할때는 일본에서 만들어야"라며 식량안보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농업뿐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국내건축업자들을 보호하느라 집짓는 비용이 타국의 2배정도
든다.

최근 일본의 주식시장이 침체하는 가운데 꾸준히 올라가는 주식이 있다.

소니, 혼다, 소프트뱅크등 모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회사들이다.

반면 정부가 지켜주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떨어지고 있다.

일본도 아직까지 90%의 산업이 많건적건 정부의 도움으로 크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 볼때 김대통령의 OECD가입결정은 한국경제를
오히려 나빠지게 하고 있다고 본다.

즉 전산업적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왜 정부는 자신의 국가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땅이 필요하다면 땅도 수입하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농지를 사서 쌀농사를 지어 들여오면 된다.

농지나 산업용지를 밖에서 해결해 자국민에게 유효한 땅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샐러리맨의 꿈인 마이홈은 국토가 좁아도 실현될 수 있다.

진정 정부가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려 한다면 자국에 뭐가 부족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뭐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자연자원도 없고 가난한 나라다.

그러나 머리좋은 사람이 많다.

특히 인도인은 수학, 논리면에서 뛰어나다.

인도는 지금 엔지니어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각국에서 활동하는 인도 엔지니어들은 현재 인도의 최대의 외화획득원
이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최근 10년새 놀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도시다.

자원도 없고 가난한 더블린은 자신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장점을 살렸다.

더블린은 미국의 생명보험회사들이 세계각국에서 쏟아지는 보험청구업무
접수와 처리에 많은 비용을 쏟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블린은 자신들이 창구역할을 자청했다.

위성통신과 국제전용선, 전화시스템의 힘을 이용, 가만히 앉아서 전화선
으로 모기업과 각 지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화시대가 바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시대는 회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작업만이 이동한다.

이는 정보화사회의 중요한 특성이다.

더블린의 예에서보듯이 작업이 전화선을 통해 옮겨가는 것이다.

이 흐름을 거역하면 귀중한 작업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게 된다.

일본 항공사 JAL의 경우 업자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아틀란타를 경유하는
불편한 장거리코스를 설정, 국제선의 50%를 미국에 빼앗기고 있다.

그 손실분은 국내항공편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일본소비자들을 속이는 국가의 사기행위다.

미국에 게이트웨이2000이란 회사가 있다.

창업한지 10년만에 6천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 최대의 컴퓨터회사다.

10년전 어느날 사우스다코타의 목장주인 게이트웨이씨는 컴퓨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러 시카고까지 2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갔다왔다.

그런데 그 소프트웨어가 다시 고장이 나서 시카고까지 또 다녀와야 했다.

물론 상당히 불편한 일이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에서 그는 창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게이트웨이2000은 컴퓨터및 소프트웨어의 주문판매를 하는 회사다.

매장은 따로 없다.

전화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컴퓨터를 조립해 배달한다.

본체 모니터 전선등 필요한 부품들은 전화를 통해 각 주에서 가장 저렴하게
조달한다.

조달해서 고객의 집앞에서 조립해 배달한다.

본사에는 컴퓨터가 올 일이 없다.

본사에 근무하는 3천5백명의 직원들은 모두 전화를 받는 세일즈맨들로
자기고객을 주문부터 배달까지 책임진다.

중간관리자도, 미들맨도 없다.

전화선를 통한 사업이기에 농지와 목장이 펼쳐진 전형적인 시골마을
사우스다코타에서도 사업에 아무 장애가 없다.

이제 여기서 대도시의 붕괴를 얘기하려고 한다.

현재 런던 뉴욕 시드니 LA 멜버른등 대도시의 산업빌딩들의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산업빌딩들이 과잉공급되면서 뉴욕은 임대료가 전성기의 40%, 런던은
30%선까지 하락하고 있다.

도쿄 역시 80년대 비해 5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무얼 뜻하는가.

정보화사회에서 도시는 더이상 필요없다.

얼굴을 마주보며 조업하던 시대가 가면서 장소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다.

대도시의 시대는 가고 대신 지대와 인건비가 저렴하며 자연환경이 좋은
시골이 번영하고 있다.

나이키 스타버스타 등 세계를 상대로 하는 국제기업들이 본사는 시골
소도시에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였지만 속내를 보면 LA와 뉴욕은 마이너스
였고 덴버 콜로라도 아리조나 유타등 전통적인 농업주들이 10-20%씩 성장
했다.

아시아는 아직 중앙집권적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대도시가 번영하고 있지만
참다운 21세기사업이 시작되면 중심은 시골로 옮겨갈 것이다.

이제 21세기 정보통신시대의 몇몇 징후들을 제시하겠다.

첨단과학의 본산이었던 실리콘밸리는 지금 스마트밸리로 바뀌고 있다.

하드웨어의 개발장소가 아니라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전세계의 신사업을
받아들이는 만남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 스마트밸리에서 지금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관청과 시청에는
EDI시스템을 놓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서류를 떼기 위해 더이상 공무원의 얼굴을 볼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또 최근 헐리우드는 아키하바라와 손을 잡았다.

3차원 오락공간에 헐리우드배우가 나와 액션을 펼치는 게임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헐리우드의 이름은 "디지털헐리우드"로 바뀌고 있다.

아시아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초로 사이버정부를 실현시키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국가경영이 가능한 최첨단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라안의
나라, 사이버국가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2020년이면 최초의 사이버전자정부가 실현될 전망이다.

일본, 그리고 한국도 더이상 잠자고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손을 놓으면 다음세대가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가들과 정부는 최신정보를 얻고 세계추세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 정리 = 권수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