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당면한 경제 난국에도 불구, 향후 클린턴 미행정부의 대한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제2기의 대외통상 정책을 담당할 주요 각료들이 앞으로 주요 교역
상대국들을 대상으로 다자, 양자간 협상을 통해 무차별적인 시장개방 압력을
펴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샬린 바셰프스키 신임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지명자는 29일 미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 향후 4년간의 대외통상정책 목표를 설명
하는 가운데 한국을 주요 시장개방 대상국으로 지목했다.

바셰프스키는 클린턴 행정부가 앞으로 공격적인 시장개방 압력을 펴나갈
국가들을 열거하면서 일본, 중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그녀의 이러한 언급은 현재 미국이 대한교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에 관계없이 한국의 시장개방 정도를 면밀히 주시, 필요할 경우
적절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일, 중 등과는 달리 미국과의 교역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중 미국의 대한교역수지는 3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 양국 무역사상 최대규모의 출초를 나타냈으며 작년
연간 전체로는 35-3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한국을 통신부문의 우선협상대상국(PFC)
으로 지정하는 등 시장개방을 위한 압력을 지속해 왔으며 이는 자동차,
서비스부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와 관련, 향후 한.미간 양자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슈퍼 통상법 등 관계법규에 의거, 불공정무역행위
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으로 부터의 통상압력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협상 차원
에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셰프스키 지명자는 이와 관련, 오는 99년과 2000년에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우루과이 라운드(UR)의 뒤를 잇게 될 새로운 농산물, 서비스 개방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이같은 UR협상의 후속 라운드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요
교역상대국들과 다양한 쌍무현안들을 일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UR협정 이행과 관련, 개별국가들을 상대로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 등의 협정이행 여부 등을 점검해 UR 협정의 목표를 관철한
뒤 다음 단계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셰프스키는 이와 관련, "새롭게 시작될 농산물, 서비스 개방협상은 UR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 이상의 보다 폭넓은 시장개방을 목표로 하게 될 것"
이라면서 향후 이들 분야의 개방폭 확대를 강력히 추진할 뜻을 밝혔다.

바셰프스키는 또 "한국과 일본, 유럽의 조선산업은 미국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의 엄청난 보조금을 받고 있다"면서 조선분야의 덤핑방지와
보조금 철폐도 추진할 뜻을 비쳤다.

이렇게 볼때 현재 국내외 경제여건이 전환기적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은
성장률저하와 수출부진 등의 당면한 어려움에도 불구, 향후 미국으로부터
국내시장을 보다 개방하라는 양자, 다자차원의 가중된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