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영수회담은 파국을 향해 치닫던 노동법정국을
대화로 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노동법및 안기부법처리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는
있지만 솔직하고 진지하게 서로 하고싶은 말을 한 이날의 회담 분위기를
살려나간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야당측은 지난연말 국회를 통과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처리과정이 국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 두 법의 통과는 무효이므로 이를
원점에서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반해 김영삼대통령은 무효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주장간에는 명백히 엄청난 간격이 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여.야 영수들은 모두 문제가 된 두 법을 국회가
다시 다루는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바로 그런
점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현상황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릴것 없이 정치권이 모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본다.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파업이 단행돼 국민 모두가 불안을 느끼고 있는
현상황의 원인행위도 정치권이 저지른 것이고, 사태진전과정에서 정치권이
방관만 하고 있는 듯한 감을 떨쳐버리 기 어려웠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올들어 20여일간 빚어진 일련의 상황은 정치부재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바로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의회정치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면이었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우리는 현상황에서 정치권이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본질적 기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모든 갈등요인을 정치권에서 수렴하고 국회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지난연말 신한국당 의원만으로 처리된 노동법및 안기부법통과
과정이 적법했건 그렇지 못했건 간에,국회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국회를 통과한지 1개월도 안돼 이를 재론하는 것을 체면에 관련되는
일이라고 느낀다면 이는 지나치게 소승적인 발상이다.

만약 야당측이 여당에서 단독처리의 불법성과 통과의 무효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두 법의 재개정논의에 응할수 없다는 주장이라면 이 역시 지극히
형식논리적인 무책임한 행위로 질타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내달중으로라도 국회가 열려 노사양측이 수용할수 있는 노동법을
여.야 공동으로 만들수 있다면, 그동안의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긴
안목에서 다행스런 일이라고 기대한다.

야당도 독자적인 개정안을 내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고 국회심의과정에서
전체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대승적인 자세로 타협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계 또한 영수회담을 통해 노동법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시화되는 국면이 열린 만큼 파업이나 옥외집회등 세를 과시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자제하고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펴나가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