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정동에 있는 경덕전자 기술연구소는 서울시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공기가 맑다.

이곳에선 전체종업원의 23.7%에 해당하는 70명의 연구원이 각종
전자부품과 집적회로를 놓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장은 윤학범 경덕전자사장.

그가 연구개발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는 자신이 연구소를 직접 이끄는데서
잘 나타난다.

그는 매일 아침 둔촌동 본사대신 연구소로 출근, 연구활동을 진두지휘한다.

매출액의 10%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을 정도이다.

이같이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경영철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해외시장에 자기브랜드로
제품을 내다팔수 있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서울공대 전자과를 나와 삼성전자 한독컴퓨터 (주)PTI를 두루 거친
윤소장은 해외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몸으로 터득했다.

따라서 87년 경덕전자를 창업하면서부터 어느 기업보다 연구개발에
많이 투자하기로 결심했고 이 결심을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다.

연구소는 창업 이듬해에 만들었다.

경덕전자가 생산하는 품목은 자기헤드 자기카드리더기 자동지폐식별기
카드식공중전화기 마그네틱카드 자동티켓발매기 역무자동화시스템등이다.

전기 전자 기계와 마그네틱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제품이다.

21세기를 이끌 첨단기술제품들로 꼽히는 아이템들이다.

이들 제품을 연구소가 모두 개발했음은 물론이다.

연구소는 역무자동화를 담당하는 연구1실과 마그네틱제품과 카드리더기를
맡은 2실, 뱅킹터미널과 카드식공중전화기를 관장하는 3실, 그리고
지폐식별기의 상품기획실, 특허등의 관리를 맡은 연구기획관리실등
총 5실로 구성돼 있다.

연구원은 대학및 대학원에서 전자 기계 전산등을 전공한 인력으로
채워져 있다.

그동안 연구소가 따낸 특허는 20건에 달하며 이밖에도 1백20건을
국내외에 출원해 놓고 있다.

윤소장은 팀워크를 중시한다.

21세기의 첨단기술은 복잡다기화돼 어느 한두사람의 뛰어난 능력으로
승부를 낼수없다며 시스템화된 방식으로 연구소를 운영한다.

또 연구소가 제품에 관련된 모든 기술을 개발할수 없다며 핵심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일반기술개발은 외주를 주는 방법으로 연구에 스피드를
붙이고 있다.

회사가 급성장하고 기술력도 뛰어나다보니 중소기업임에도 우수인력이
많이 몰리고 있다.

윤소장은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는등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덕전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출이 급증,94년 1백16억원에서
지난해 2백80억원으로 늘었고 올핸 5백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세계 25개국에 대리점망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에 카드식 공중전화를
납품하는등 해외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