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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단] 합의와 내핍으로 위기 극복 .. 김중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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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 >

    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정부의 97년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되었다.

    누적된 구조적 문제점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가 어렵고, 금년에 치러질
    대선을 의식하면 가시적인 경기 회복의 필요성도 높은 상황이라 정책 선택
    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도에서 벗어
    나지 않는 정책선택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우리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성장
    위주의 무리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정부 정책 방향의 특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전반적인 정책기조 측면에서 거시 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다.

    재정 지출의 축소라든지 통화 정책은 금리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추진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외환.자본 자유화는 기존 일정에 따라 추진하되 물가, 경상수지 등 거시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정책목표측면에서 국제수지적자축소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두번째 특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서 에너지 절약 시책을 강화하고, 소비 생활 합리화와
    외화 지급 경비 절약을 유도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갈 방침이다.

    경쟁력 강화 시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금번 정부
    정책의 또다른 특징이다.

    지난해 "93대책"과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정책에서 밝힌 시책들을 철저
    하게 실천하고 추가 과제들도 꾸준히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정책 방향에서는 정부가 현실에 대한 의식에서 진일보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과연 목적한대로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정책 목표와 수단들이 뒤섞여 있고 정책 수단들이 추상적이고 나열
    식에 그쳐 있는 느낌이 든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의 우선 순위가 시기별이나 중요도면에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도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정책 목표가 다소 의욕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감도 든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의 경우 너무 낙관적이다.

    정부는 금년 경상수지 적자폭을 1백40억~1백6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우리의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5대 주력 수출 품목
    은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 경쟁 심화로 인해 수출 회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수입 수요는 갑자기 줄어들 수 없는데다 엔화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이 정도로 줄이기 위해서는 6.0%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 이하의 성장률을 감내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내 실업률은 2.6%내외로 크게 증가하게 된다.

    악화되고 있는 노사 관계와 대선을 감안할 때 이러한 실업 증가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명쾌한 방향 제시가
    부족하다.

    새로운 세기와 통일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중장기적 비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 정책 방향은 세부 실천 과정에서 몇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 목표가 정해지면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하면서 정책
    추진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미리 밝혀 혼란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둘째,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해야 한다.

    우선 거시적으로는 국제수지 개선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폭 증대와 외환 보유고 감소 추세 등에
    의해 외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 위기마저 겹치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제수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내핍 경제
    체제를 구축하여 국내 저축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축에 대한 감세책 등으로 저축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근검 절약을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저축 분위기가 조성
    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산업별 경쟁력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상 이제 국내 산업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기술 개발력의 확충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신제품을 개발하여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로는 우리 경제의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세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OECD 가입의 첫해를 맞는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철저히
    시장 경제 원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통 분담 과정에는 어떤 형태이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노동법 문제와 같은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서는 상대를 이해
    시키고 의견을 수렴하는 적절한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경제 위기를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금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그리고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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