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으로 빚어진 현 사태의 해결방안을 놓고 여권내부에서
미묘한 갈등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같은 내부갈등이 수습되지 못하고 증폭될 경우 자칫 차기대권후보 경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당결속력의 와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분석마저 낳고 있다.

특히 이날 정부가 밝힌 올해 경제운용기조에 대해서도 당쪽에서는 정부를
미더워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어서 여권 내부에서 조차도 현정부의 총체적
국정운영 능력에 회의를 품는 인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한 15일 신한국당의 이회창상임고문
은 "최근의 노동계 파업사태는 노동법개정이라는 정치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며 따라서 정치권에서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전제, "여야 영수회담과
노동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소위 차기주자들중 김윤환상임고문이 그동안 사견을 전제로 법의 재개정
내지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던 것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사태의
진전이다.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법의 재개정이나 여야간 대화는 현단계에서 전혀
불필요하다는 "지침"을 내린지 이틀만에 이에 정면 "도전"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권수뇌부의 해법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청와대를 의식, 익명을 요구하거
나 비보도를 전제로 자신의 견해를 내비쳤던 상당수의 당소속의원들도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고문은 이날 대한상의에서 30~40대 벤처기업인 10여명과 "경제대화"를
가진뒤 기자들과 만나 "법률을 곧바로 전면 개정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복수노조유예 등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고문은 이어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은채 강경조치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 파업주모자 체포를 위한
공권력투입도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고문은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의 산업현장 복귀를 요구했으나 그가 현
사태를 보는 총체적 시각은 당론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당론은 외견상으로는 고위당직자들만이 고수하고 있고 말없는 다수는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당내의 이같은 기류는 진념노동부장관이 최근 이홍구대표의 노동계인사
면담을 비판한데 대한 반응에서도 감지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측의 입장을 최대한 뒷받침하고 있는 이대표의 한 측근은
15일 "심각한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정치권의 대화노력을 오락가락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상당수의 초재선의원들이 "정치적 대화를 안하겠다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
유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정부의 해법에 불만이 많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경제운영방안에 대해서도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에게 우리경제의
실상을 솔직히 전달하고 경제회생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구체
적인 실천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인사는 "정부가 현재의 경제난을 냉엄하게 보는 측면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저축부진 구조개편미흡 금리정책미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