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력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이다.

지난 91년 1월 세계는 당시 중동지역에 발발한 걸프전쟁이 최첨단 기술의
전시장이었음을 방안에 앉아 TV를 보면서 확인할수 있었다.

물론 기술력이 전쟁의 승리를 좌우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18세기말 나폴레옹 전쟁 또한 기술전쟁이었다.

나폴레옹의 포병은 증기기관 무궤도차를 이용, 군마에 의한 수송보다
10배 이상의 빠른 이동 속도로 전선을 누빌수 있었다.

또 해군 함정들이 불빛신호로 서로 연락하는 것과 유사한 통신 시스템을
개발해 남보다 훨씬 빠르게 작전명령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라이플형 각종 총의 총알을 표준화해 다른 나라 군대에 비해 장비의
효용가치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나폴레옹 전쟁은 이에따라 기술력이 국력임을 여실히 보여준 역사적
교훈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날 한나라의 국력은 군사력에 의한 전쟁보다는 세계시장에서
상품경쟁에 의한 경제 전쟁으로 좌우된다.

세계시장에서"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국제 무역수지 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경제위기라는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러한 경쟁력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없이
총체적인 구호만이 공허하게 울리고 있음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돈값과 땅값이 비싸고 노동임금과 물류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하나
이들을 상쇄하는 기술력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세계시장에 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공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실천의 학문이다.

현안을 해결하는 창조의 학문으로서 기술력을 직접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공학기술의 발전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은 공학분야의 대학인력을 과학분야에 비해 6배나 더 많이
배출해 실용기술개발을 위한 꾸준한 투자와 정책을 펴 왔다.

또 산업기술과 연계되는 연구를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후발기술의
약점을 선진산업화를 통해 극복, 경제 전쟁에서 이길수 있었다.

한국의 대학생수는 인구 만명당 4백30명으로 세계3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질적인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공학계 대 이학계의 비율도 2대1로 일본의 6대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회원국가의 평균 3대1보다 공학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알수
있다.

실천과 창조의 학문을 교육하는 공학계에 실제로 투입되고 있는 학생
1인당 교육경비가 인문계보다는 적고 학생당 교수의 수에 있어서 공학계가
인문계나 과학계보다도 부족하다는, 유독 한국에서만의 기이한 환경에서
기술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학생정원 정책이 불합리하게 이뤄져 산업계에서 수요가 큰 전자공학이나
기계공학 분야는 오히려 모자라고 수리통계나 화학 생명과학등 이학분야의
인력은 일본보다 더 많이 배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무역적자를 막아주는 기술개발력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가경쟁력 강화 민간위가 펴낸 보고서는 연구개발투자액 기술인력
연구기관등으로 표시되는 절대규모의 기술개발력이 미국을 100으로
했을때 일본은 56, 한국은 4.7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술 수출액, 해외특허 취득지수, 연구비지수 등이
경쟁국들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투자는 그동안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반 시책에서 항상 뒷자리만 차지해 온 것이 현실이다.

한국제품의 수출부진은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중저급기술보다는 부가가치가 큰 고급기술 제품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쟁국들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 두자리수로 뛰어온 임금상승률,
엄청나게 비싼 공장용지값, 일본이나 미국의 두배 수준인 물류비용, 그리고
복잡한 정부기관의 권위적인 규제행위 등이 가격 경쟁력 회복을 위해
시급히 뜯어 고쳐져야 할 단기적인 과제들이다.

발명 특허로 보호되는 핵심기술은 외국에 의존하면서 저가품의 대량
생산구조로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무역수지 악화의 주 원인이 되고 있는 자본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도
결국 기술개발투자를 등한히 하고 근본문제를 직시하지 못한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자본보다는 지식이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보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적이고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확률적이며 유기체적인 다양성이
지배하는 과학적이며 기술적인 사회가 대두될것이다.

특히 대학과 두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되어 전문가들이 우대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술경쟁력은 우선적으로 우수한 기술인력의 양성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앞서가는 나라보다 더 많고 조직적인 투자가 요망된다.

첨단기술의 개발을 위한 전문가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환경을 잘
운영하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과기처는 물론이거니와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등에서 기술의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인재들이 경쟁력강화를 위한 정책수립에
더 투입돼야 한다.

국가경영층 핵심에 과학기술의 안목을 지닌 인재가 포진해야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