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으레 희망으로 밝게 마련이지만 정추년 새해를 맞은 우리의 마음은
유난히 무겁기만 하다.

경제상황이 곳곳에 널려 있는 각종 변수로 말미암아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사관계는 올해 우리경제의 향방을 가름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성 싶다.

경영계는 물론 경제전문가들도 노사관계가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연초부터 노동계의 상황은 우리 모두의 기대와는 다른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노동법개정에 반발, 구랍 26일부터 총파업을 벌이다 31일 잠정 중단했던
민주노총산하 사업장들은 새노동법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어제부터 2단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오는 11일까지 파업을 유보키로 한 한국노총 역시 그때까지 새노동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13일부터 2단계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법개정이 장기적으로 보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노동및 경영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원만치 못했던 법안처리과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그 부작용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사업장의 소요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불안한 노사관계는 막바로 봄철
임단협상으로 이어지고 이에 대통령 선거바람까지 가세하면 노사갈등은
걷잡을수 없을만큼 악화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를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노-사-정이 하기에 따라서는 단시일내에 노동법개정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고 올해를 새로운 노사관계의 원년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대립으로 파국을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또 정부와 경영계가 노동법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복지분야에서 발빠르게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음은 평가할만 하다.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심해 발벗고 나서면
기업경쟁력 강화와 근로자의 삶의 질향상이라는 신노동법의 근본취지는
훨씬 빨리 구현될 수 있다.

반대로 노동계가 국가경제여건을 외면하고 선명성이나 집단이기주의에만
집착해 불법파업등 강경투쟁만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바로 자멸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 노사관계의 국제 추세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노사가 모두
승리하는 양승(win-win)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도 결국은 선진국형 신노사관계의 정립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도 노-사-정이 합심협력해 신노사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경제활력을 되찾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