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 말 한적 없다. 대관료를 안내면 작품을 내주지 않겠다"

전시회를 둘러싸고 화랑과 작가사이에 종종 빚어졌던 이같은 시비가
사라질 전망이다.

한국화랑협회 (회장 권상능)는 최근 표준 전시계약서를 작성, 각 회원
화랑에 배포하고 작가와 전시회 개최에 관한 세부 내용을 모두 문서화
하도록 부탁했다.

화랑협회가 이같은 문건을 만들게 된데는 전시회가 끝나고 난후 작가와
화랑간의 크고 작은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이같은 마찰은 미술계의 불황이 심해진 90년이후 더욱 빈발하고 있다.

이 전시계약서는 전시회기간과 작품반입날짜, 반출날짜, 전시성격구분
(초대개인전 초대그룹전 기획전 기념전 등), 해외작가초대의 경우 항공권.
숙박료부담, 팜플렛.포스터제작, 보험료 등의 상세한 전시비용내역,
결산방법과 양측의 수익배분, 세금부담관계 등 전시회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추후 화랑과 작가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이같은 계약제를 몇달간 시행한후 화랑과 작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약서의 내용을 보완하고 이때 저작권부분도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동 G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서양화가 K씨는 구두계약으로
피해를본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전시회가 끝나고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작품을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G씨의 주장에 따르면 팜플렛 제작비의 50%, 오픈파티비용을 화랑측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초대전 제의를 받았으나 전시회 개막을 불과 몇일
앞두고 화랑측이 불황임을 이유로 3백만원의 팜플렛 인쇄비중 70만원만
지불하겠다고 말을 바꾸더라는 것.

그후 화랑이 전시회 성격을 초대전이 아닌 기획전이라고 통고하며
전시회가 끝난뒤 그림을 줘야 한다고 요구해와 전시회를 취소하고
싶었으나 이미 팜플렛이 배포된 상태여서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팜플렛에는 초대전으로 명시돼 있고 화랑주인의 인사도 곁들여져 있다.

화랑과 작가와의 불편한 관계속에 전시회는 막을 내렸는데 화랑주인이
20호짜리 작품을 주겠다는 작가의 제의를 묵살하고 1주에 2백만원씩
6백만원의 대관료를 내라며 작품을 압류, 구입희망자에게 작품도 넘겨주지
못했다는 것.

K씨는 화랑측이 다시 30호의 그림을 요구해오자 화랑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그동안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피해보상소송을 준비중이다.

그런가하면 최근 정송화랑도 저작권 양도에 관한 작가와의 구체적인
합의없이 작품을 복제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송화랑은 지난 90년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던 최태화씨로부터 테라코타
조각 18점을 점당 1백50만원씩에 구입했다.

그리고 이중 10점을 청동주조물로 복제해 92년 화랑미술제에 출품하면서
작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던 것.

화랑측은 "90년 작품매입 당시 테라코타는 파손우려가 높고 고객의
선호도도 낮다"고 지적하자 작가 최씨가 "작품의 원형은 물론 아이디어까지
판매했으므로 복제해도 좋다"고 말했고 "그후에도 주물색깔을 위해 복제
사실을 알린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