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개인휴대통신) TRS(주파수공용통신) 등 7개 신규통신분야의 사업자를
새로 뽑은 신규통신 사업자 선정은 올해 재계의 최대 이슈중 하나였다.

특히 PCS부문에선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어 "단군이래 최대 이권사업"이라는 통신사업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였다.

PCS사업자의 경우 한국통신 자회사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장비군에
LG텔레콤(LG정보통신) 에버넷(삼성-현대)이 경쟁했으며 비장비군에 한솔PCS
(한솔제지) 글로텔(금호-효성) 그린텔(중소기업컨소시엄)이 경합했다.

TRS분야에서는 아남 기아 동부 한진 등 4개 기업이 총력전을 폈다.

그 결과 PCS 장비사업자로 LG텔레콤이 선정되는 등 모두 27개업체가 새
사업자로 뽑혔다.

신규사업자의 무더기 승인은 한국통신 데이콤 등의 통신사업 독과점체제가
무너지고 통신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통신사업분야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은 근 1백년동안 독과점체제를
유지해온 국내 통신시장을 완전경쟁체제로 바꿔 놓기 위한 정부의 포석이다.

그러나 PCS사업자선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PCS사업이 재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할 정도로 유망하다고 평가됐기에 더욱
그랬다.

갖은 잡음과 의혹이 선정과정에서는 물론 이후에도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정부의 선정기준 자체가 명확했는지, 그리고 선정과정은 공정했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정부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평도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사전내락설"이 끊임없이 나돌아 관련 주가를 춤추게 했다.

더욱이 경쟁사들간의 제살깎아먹기식 헐뜯기 경쟁은 "이전투구"를 방불케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봇물을 이뤘던 것은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컨소시엄 단위로 사업권을 배정하는 형식을 취해
자연스럽게 이를 유도했던 것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유리한 기업들은 경쟁업체를 압도하기 위해 건실한
중견 전자.통신업체를 영입하느라 바빴다.

열세인 기업은 대기업 밑으로 들어가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폈다.

경쟁과정에서 우열을 가늠할 수 없는 혼전양상을 보인 경우 경쟁업체끼리
손을 잡는 일도 있었다.

특히 그룹 이미지나 경영스타일로 보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현대
삼성이 "에버넷"을 구성한 것은 전략적 제휴의 절정을 보여준 사례였다.

비록 사업권을 수주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
의 경영전략을 잘 보여 주었다.

한솔그룹은 데이콤과 연합, 금호-효성 컨소시엄을 따돌리고 PCS사업권을
손에 넣었으며 롯데 해태 동아 고합 한라 일진 대륭정밀 아세아시멘트 등은
국제전화부문에서 "8자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여유있게 사업권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이 전부는 아니라는 데 관계자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통신시장 개방이 2년도 남지 않은 98년이어서 더욱 그렇다.

신규사업자들은 보다 질좋은 통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임무를
먼저 부여받았을 뿐이다.

사업탈락자들도 정보통신분야를 오히려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