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주병" 시리즈가 유행이지만, 그보다 앞서 "딸 낳으면 골프시켜야
겠다"는 말이 득세를 할뻔했다.

한 여자프로골퍼가 불과 반년사이에 2억여원의 수입을 올리자 농담처럼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19세소녀 박세리.

일찍이 중3때 오픈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박은 프로데뷔
원년인 올해 남녀 통틀어 "당분간 깨지지 않을 기록"을 세웠다.

박은 2억4,268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지금까지 국내 시즌 최고상금은 지난해 최상호가 기록한 2억1,935만원
이었다.

여자선수가, 그것도 풀시즌이 아닌 6월이후의 대회에서만 그 돈을 벌었다는
것이 유별하다.

프로데뷔년에 우승 4회, 2위 4회의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박세리는 또
20명의 세계 정상급 여자프로들이 참가한 삼성월드챔피언십대회에서 3위를
기록, 세계를 놀라게 했다.

큰물에서 놀기 위해 곧 미국으로 떠나는 박세리를 경기도 분당에 있는
그녀의 숙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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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김경수 기자 ]

-언제 미국으로 갑니까.

"내년 1월11일 떠납니다.

전지훈련이 아니라 본격 미국무대에 뛰어들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숙소는 미국 올랜도에 있는 데이비드 리드베터골프아카데미 근처에 정할
것입니다"

-얼마전 리드베터를 만난것으로 아는데 지적사항은 어떤 것입니까.

"본격적인 레슨에 앞서 잠시 인사만 하러 갔었어요.

그래도 제 스윙이 크다는 것과 몸이 흔들린다는 지적을 하시더군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원래 백스윙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몸이 흔들린 것은 시즌동안 쌓였던 피로 때문이었던것 같아요"

-97 미 LPGA투어 5개대회에 나간다지요.

"LPGA커미셔너가 이벤트사인 IMG를 통해 5개대회이상 출전권을 준다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회명칭은 잘 모릅니다"

-말이 안통하면 지장이 많다는데.

"영어는 듣기는 어느정도 되는데 말하는 것이 달립니다.

미국에서는 독선생을 모시려고 합니다.

룰도 깊이있게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선수들은 전반적으로 플레이속도가 느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것은 달리 생각합니다.

외국선수들은 전문캐디가 대회전 사전답사를 해 코스정보를 충분히 습득
합니다.

우리는 선수가 1인2역을 해야 하므로 느릴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문캐디가 있어야 할텐데.

"미국인 남자캐디와 최종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본격 대회출전 전까지는 어떤 부문을 중점훈련할 생각입니까.

"리드베터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편안한 상태에서 줌더 정교한
샷"을 구사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차목표입니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박선수를 보기 어렵겠네요.

"그래도 올해 우승한 대회중 일정에 따라 2-3회는 출전할 생각입니다"

-대선수답지 않게 엉뚱한 샷을 한적이 있습니까.

"드라이버샷이 토핑이나 뒤땅이 돼 바로 앞에 떨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훅이 나 우승을 놓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올해만 해도 매일여자오픈 유공초청대회 LPGA선수권의 마지막날 드라이버
샷이 훅이 나면서 OB가 돼 다된 밥에 재를 뿌렸지요"

-지난번 삼성월드챔피언십대회에서 3위를 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시상식
에서 왜 울었습니까.

"우승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어요"

-자신이 세운 진기록이 궁금한데요.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는 없습니다.

이글은 대회당 평균 2회꼴이니 셀수 없습니다.

국가대표시절 우정힐스CC에서 5개홀연속 버디를 잡은 적이 있고, 96서울
여자오픈에서 17개홀연속 파를 잡았습니다.

베스트스코어는 64타, 나인홀 최저타수는 31타, 라운드당 최다버디수는
8개입니다"

-가장 자신있는 트러블샷은 무엇입니까.

"펀치샷입니다.

펀치샷은 몸의 흔들림없이 상체로만 스윙하는 것으로 임팩트가 중요한
샷입니다.

깔아칠때에는 볼을 오른발쪽에 띄워 칠때에는 왼발쪽에 놓고 칩니다"

-어떤 클럽을 사용합니까.

"드라이버는 S야드이고 아이언은 최근 핑IST로 바꿨습니다.

퍼터는 어딧세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선수생활을 했는데 일반학생들이 부럽지는 않았나요.

"친구들과 터놓고 얘기를 많이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미팅 한번 못해 봤고, 물론 애인도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할 것인가.

"예.

재미있고 멋있지 않아요?"

-박세리를 보고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울 학부모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해줄 말은.

"초등학교 5~6학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빨리 느낄수 있기 때문이지요.

너무 일찍 시작하면 중도포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강제적으로 시키지 말라는 겁니다.

자녀가 편안하게 운동할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프로에게만 맡기지
말고 부모님이 항상 따라 다니면서 신경을 써주셔야 합니다"

-가족은 어떻게 됩니까.

"부모님과 언니 여동생이 있습니다.

아버지(박준철.46)는 핸디캡5이고, 어머니(김정숙.44)는 초보수준, 동생은
골프하다가 힘들어 그만두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분입니까.

"일단 일을 붇들면 끝장을 보시는 분입니다.

집념이 대단하세요"

-취미는.

"음악감상입니다.

"첫차" "남행열차"등 지나간 노래와 "애인" "존재의 이유"등을 즐겨
부릅니다"(용돈은 주로 음식먹기와 쇼핑에 쓴다했다)

-결혼은 언제 할건가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난뒤 할겁니다"

-결혼상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합니까.

골프를 잘 쳐야 합니까.

"(웃으면서) 아니예요.

제가 골프를 하니까 저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면 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