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증권사 객장에 나온 투자자들은 "허탈무아지경"으로 빠져든 모습.

가뜩이나 썰렁한 객장은 더욱 침울한 분위기.

한 투자자는 "(정부가) 가만히나 있든지 그것도 부양책이라고 내놓았느냐"며
"92년 8월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격앙하기도.

누군가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물타기라도 할텐데 주가가 떨어져도 사자는
사람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명동권의 투자자는 "부양책을 내놓지라도 않았으면 주가바닥이라도 빨리
확인할텐데 어줍짢은 정부조치가 시장만 망쳐놓았다"며 한탄.

<>.한동안 매물을 내놓던 기관들도 엉거주춤한 표정.

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기관들이 팔고는 싶지만
일단은 매물을 감추는 상황"이라고 귀띔하는 형편.

매도주문을 내놓아봐야 제대로 체결은 안되고 주가만 떨어지는 탓에 매물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사자는 세력만 있으면 팔려는 기관들이 벌떼같이 모여든다는
설명.

한켠에선 시장조성에 들어간 증권사들이 해당종목의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여타종목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2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

<>.폭락하는 증시에서도 일부 투기세력이 움직이고 있어 비난을 받기도.

이들은 특정종목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에게 매도의사를
타진해온 것.

이날 D투자신탁회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익명의 투자자로부터 S주식 보유
물량이 얼마나되느냐.

그 물량을 나한테 넘길수 없느냐고 물어와 호통을 치며 거절했다"고 설명.

주가가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데 일부종목의 수급을 조절해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는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이 펀드매니저는 혀를
내두르기도.

<>.이번 주가폭락에는 싯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한국전력의 수급불안이
주요인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지금까지 한국전력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강보합수준을 유지했으나
외국인들이 크리스마스휴가를 간 상태여서 앞으로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날 한국전력은 700원 하락한 2만5,000원으로 마감돼
지수하락에 일조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그동안 주가가 덜 하락했던 한전주
를 매도하고 있어 앞으로 한전의 주가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며 한숨.

< 손희식.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