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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류비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국내 기업들이 물류비로 쓴 돈은 71조원.

10%만 줄여도 무려 7조원을 절감할수 있는 셈이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족에 따른 "동맥경화"가 국가와
기업발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현실은 이제 더이상 방치하면 안될 정도로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고물류비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업계의 물류 현주소와 기업들의 목소리,
정부정책방향 등에 대해 상.중.하 시리즈로 엮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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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공단의 문구업체 S사는 올초 미국 유명백화점에서 카탈로그 제작
의뢰를 받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돈과 회사이미지를 단숨에 낚아 올릴 수있는 호재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까운 인천항은 적체가 심해 부산항이나 울산항으로 컨테이너수송을
해야 하나 컨테이너비용에 뱃삯까지 합하니 "수출은 자살행위"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수출담당 P임원)이다.

고물류비가 기업활동을 원천봉쇄한 케이스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운송비가 부산에서 미 LA까지 운송하는 비용의 10배나
된다는 얘기는 고전에 속한다.

고물류비는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기업들에 생긴 "풍토병"이다.

"수송비 재고유지.관리비 포장비 하역비 등으로 구성되는 물류비중 수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달한다.

수송비를 줄이는데 물류정책의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이은식
건설교통부 물류심의관)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를 보면 고물류비는 더 심각해 보인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71조원을 물류비로 썼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전체 매출액(490조)의 14.3%를 길바닥에 쏟아 부은
셈이다.

수출기업의 경우 이 비중이 16.9% 까지 올라간다.

미국(7.7%) 일본(8.8%)의 두배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 추세가 가면 갈수록 급커브를 긋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87년(8조원)과 비교해 보면 8년만에 9배나 늘어났다.

기업들은 매년 30% 이상씩 물류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고물류비라는 풍토병의 병인은 부족한 SOC에서 찾을수 있다.

이중 도로와 항만시설 부족이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차량은 폭발적으로 느는데 도로 확충은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국도기준 자동차 한대당 도로연장은 91년 13.6km에서 94년 9.97km로
크게 줄었다.

항만시설도 한계상황을 맞았다.

88년 80% 수준을 보이던 항만시설확보율은 지난해 68%로 떨어졌다.

그 결과 인천항으로 수출화물을 내보낼 경우 하루(21시간)를 꼬박 기다려야
한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89년 경부선을 시작으로 중앙선 영동선은 92년, 전라선은 94년부터
포화상태에 빠졌다.

고물류비는 기업에만 타격을 주는게 아니다.

"95년 SOC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6조원에 달했다.

오는 2001년까지는 이로 인한 누적손실만 266조원에 이를 것"
(교통개발연구원)이라는 조사결과가 이를 웅변한다.

그렇다고 SOC 미비라는 "하드웨어"만을 마냥 탓할 일은 아니다.

물류센터를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공동 집배송에 나서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뒷전인 기업들도 문제다.

고물류비를 되뇌고 다니면서도 정작 물류비를 불리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화물차의 "반쪽 운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물차의 열에 아홉은 목적지를 왕복하는 동안 절반만 화물차 구실을 한다.

공장에서 물건을 싣고 나와 뿌려 놓은 다음 대부분 빈차로 돌아가기
일쑤이다.

고물류비 해소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르는 것도 이같은 현상 때문이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