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97년에도 경기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성장둔화률 반영하여 비농림어업의 노동수요의 96년의 2.9%보다 낮은 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나, 노동공급 증가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실업률은 96년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력수급간의 불균형, 고학력 인구의 높은 실업률, 명예퇴직제의
확산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 등의 사회문제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진다.

97년의 임금인상률을 추정해 보면 타결인상률이 96년의 7.7%(추정치)에서
6.4%로, 실제임금인상률이 96년의 11.8%(추정치)에서 10.1%로 전망되어
1995-96년 기간중 미미하나마 임금안정화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과거의 임금동향을 교려해 볼 때 과다한 인상률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실 여건을 볼 때 97년의 임금인상률은 물가인상를
수준에 그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생각된다.

내년도 노사관계에 불안요인으로는 1.노사관계 개혁안에 대한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2.노사관계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노간, 사용자
단체간은 물론, 정부부처와 청와대 내부에서도 노사관계 개혁의 기본방향을
보는 시각의 차가 대두되었다는 점, 3.공공요금 등의 인상에 기인한 물가
불안심리,4.낮은 실업률과 경제 전반적인 구인난 등을 둘 수 있다.

한편 노사관계의 안정요인으로는 1.낮은 실업률과 경제 국면의 지속,
2.사업장 내에서의 협조적 노사관계의 확산 추이, 3.대선(대통령 선거) 등을
들 수 있다.

향후 노사관계 개혁의 추진 방향에 따른 노사관계의 안정여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정부가 노사관계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 그동안 노사관계
개혁에 참여해 온 민노총이 창외 투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 경우로 집단적 노사관계는 노측에 유리하도록 개별적 노사관계는
사측에 유리하도록 노사간의 이해관계를 안기하여 개혁이 추진되는 경우,
상급레벨 수준의 복수노조가 인정되어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적어도 향후
몇년간은 정통성 확보와 세력확장을 위해 치열한 선명성 경쟁을 할 것이고,
이 결과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즉 노사관계 개혁이 추진되든 또는 지연되든 이는 내년도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노사간, 노노간, 사용자간 갈등이 컸기 때문에
97년 임금교섭과정에서 노사 상급레벨에서의 임금지침이 경직화되고, 따라서
개별사업장에서 양보적.협조적 임금교섭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성장, 물가, 선거와 노사분규를 보면 노사관계의 안정요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와 노사분규간의 관계를 보면 경기가 급속히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는
경우 노사분규가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89년도가 이에 해당된다.

1991-92년 기간중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였으나 노사분규의 강도는
증대되지 않았는데 이는 1992년에 총선(국회의원 선거)과 대선(대통령선거)이
동시에 실시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즉 선거가 노사분규에 미치는 순효과는 노사분규의 불안정이 아니라
안정화를 가져다 줌을 시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다.

첫째는 선거가 실시되는 해의 경우 국민의 관심이나 언론의 보도가 선거에
집중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사분규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경기가 호황국면에서 불황국면으로 접어드는 경우 경제
현안 이슈가 선거의 쟁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언론이나
일반국민들이 협조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불법적인 노사분규에
대한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 선거가 실시되는 연도에 노사분규가 빈번히 발생하게되면 이는
언론이나 국민일반의 안정회귀심리를 유발하여 집권여당에 유리한 환경
요인을 제공하며, 나아가 불법 노동운동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넷째, 노조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노사분규를 자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상에서 논의한 선거가 노사분규 강도에 미치는 순효과가 부의
관게를 가진다는 점이 경기가 급강하고 총선이 있었던 1996년에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이는 96년의 경우 선거라는 외생변수가 노사분규를 진정시키는
효과보다도 노사관계개혁이라는 외생변수가 갈등적 노사관계와 노사분규의
강도를 높이는 효과가 더 지배적이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1995년에도 4대지방자치제 선거가 실시되었기 때문에 1995~96년간
선거의 노사분규 안정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의 경우 대선은 노사관계의 안정요인으로, 노사관계개혁은 개혁이
추진되는 경우나 유보되는 경우 모두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년의 노사관계는 이들 안정요인과 불안요인중 어느 것이 더
지배적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KDI의 전망치대로 97년의 물가가 안정되고 성장률의 둔화에 따라
인력부족이 완화된다면, 노사관계개혁이 대 국민적 설득력을 지니는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다면 97년의 노사관계는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즉 내년도 노사관계의 안정화 여부는 정부 또는 대통령이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여 노사관계의 발전을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