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질서를 뒤흔드는 범죄사건이 또 일어났다.

1,000억원대의 불법어음을 전국에 유통시킨 혐의로 3개 조직의 어음사기단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부도어음만 1,500장에 300억원 규모이며 총피해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뿌리뽑혀야 할 신용범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까닭은 왜일까.

우리 기억에 남는 예만 해도 상업은행 명동지점 사건처럼 가짜 CD(양도성
예금증서)가 유통됐는가 하면 결제수단인 수표 어음의 위.변조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어음은 일반 상거래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
처럼 불법어음이 대량으로 유통되면 선의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범죄발생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선 신용결제수단인 수표 어음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수표 어음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신규양식이 조폐공사로부터
공급된 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어음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구제가 어려운 문방구 어음의 유통은
하루빨리 전면 금지돼야 한다.

아울러 수표 어음책을 교부하는 일선 은행 직원들이 원칙을 지키고 철저하게
고객 관리를 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사기단은 남의 이름을 빌리거나 유령회사를 만들어 은행계좌
를 트고 신용을 쌓은뒤 일시에 대량의 어음을 유통시키고 달아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기단이 아무리 용의주도하다 해도 원칙대로 어음용지를 줄 때마다
세금계산서와 발행처를 확인한다면 사기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은행들이 외형 확대에 급급해 일선 직원들을 무리하게 닥달하는
일이 하루빨리 지양돼야 한다.

어음사기단이 농.수.축협 또는 은행의 신설점포를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하겠다.

둘째로 원론적인 얘기지만 일반 서민들과 중소기업에 까지 금융혜택이
골고루 미치도록 조속히 금융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어음사기의 피해 대상이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불경기가
심하고 자금융통이 어려울때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끝으로 신용범죄를 근절하고 신용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사회의 각계
각층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각급 금융기관과 신용정보회사들은 고객의 신용등급을 철저히 분석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진성어음여부를 가리는데 결정적인 세금계산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세무행정이 강화돼야 하겠다.

비근한 예로 사기단이 유령회사를 만든뒤 마구잡이로 세금계산서를 끊고
심지어는 세무당국으로 부터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은 사례까지 있다니
이래서야 어지간한 사람들 말고는 어디 속지 않을 재간이 있겠는가.

관계당국은 기업을 멍들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악질적인 범죄인 어음
사기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점을 중시하고 하루빨리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