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세째주 월요일 저녁 7시.

대전 도심의 외곽 한적한 식당에 충북 보은 종곡초등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벌써 10년째를 맞고 있는 재전 종곡초등학교 동문회.

은혜를 갚을줄 안다는 고장 충북 보은.

우리가 생활한 곳은 보은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3.5km 거리에 위치한
"북실" 마을로 마을전체가 산과 들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고장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만큼이나 동문들의 마음씨도 봄날 돋아나는 새싹같이
여리고 착하다.

매월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회원들은 모두 25명.

우리들은 어릴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의 안부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처다보며 개구장이 시절의 철없던 모습이 떠올리기도 한다.

깨끗하고 순수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서로를 도와가며 형제애를 다져가는
친목모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지난 9월에는 개교 50주년 행사에 모두가 참석해 타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문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정도로 끈끈한 우애를 다지고 있다.

모임에는 필자를 비롯 회장인 강영원 (7회 건축업),
총무인 김상훈 (14회 육군중령),
김병국 (7회 서구의료보험조합),
박영태 (8회 설계사무소),
김홍정 ( " 운수업),
김영희 ( " 충남경찰청),
이준호 ( " 학원경영),
권병련 (9회 대전시청),
김홍성 ( " 대전시청),
김남구 ( " 건축업),
김광구 ( " 건설업),
신웅호 (10회 건설업),
김창구 (11회 전파사),
김유식 (14회 대전대교수),
김홍배 ( " 육군대령),
김윤구 (15회 크로바가방),
정인섭 (17회 신흥상포),
이봉식 ( " 카인테리어),
김충현 (18회 노성중학교) 등이 참석한다.

초기에는 동문들끼리만 모였으나 햇수가 거듭되면서 부부동반으로
활성화돼 매년 여름 부부동반으로 야유회를 가고있다.

주로 고향에서 가까운 곳 산으로 떠나는게 통상적이지만 가끔은 지리산
설악산 등 명산을 찾기도 한다.

야유회때면 으례껏 맏형격인 전상문 (4회 대전산업대 교수) 천명록
(4회 보은여중 근무) 동문이 체면불구하고 몸을 흔들고 김형성 (6회
부여조폐창) 동문은 이를 사진에 담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특히 김홍두 (7회 다나약국) 동문내외의 랩과 훌라춤이 발동이 걸릴때면
그동안 생활에 찌들었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만족감으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지난 여름의 지리산 야유회때는 귀가길에 어느 휴게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모두가 한마음이돼 어깨춤을 추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다른
관광객들이 합류해 어울릴 정도로 흥겨운 잔치마당을 연출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자리를 빌어 경찰업무 수행중 과로로 순직한 고 김주현 동문
(8회)의 영전에 동문회의 이름으로 다시한번 조의를 표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