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까지 넉달째 종합수지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우리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올해내내 국제수지적자문제가 관심의 초점이었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은 걱정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수지는 올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종합한 결과로서 종합수지적자는
외환보유고의 감소 또는 대외부채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과거에 중남미국가들이 겪었던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같은 위험을 경고하는 좋지않은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대로 가면 올해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가까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월말 현재 만기 1년미만의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5%로 상당히 높으며 수출증가율및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또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악순환이 생기기 쉽다.

한예로 올해들어 수출부진이 계속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외로
급증하면서 원화가 빠른 속도로 평가절하되자 환차손때문에 외국자본유입은
주춤해진데 반해 국내기업들은 서둘러 단기외채를 갚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원화환율은 또다시 평가절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엔고에 힘입은 수출호조및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원화절상압력에
시달렸던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개방경제로 나아갈수록 이처럼 상황반전은 보다 빈번하게 그리고 보다
급격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빈번하고 급격한 경제상황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형편상
적절히 대응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방법은 불규칙한 상황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길뿐이다.

단기외채의 비중을 줄이고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물환시장을
활성화하며 채권시장개방전에 국내외금리차를 최대한 축소하는 것등이
한 예로 꼽힌다.

그렇다고 정부가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처지는 아니며 개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재정경제원은 시중금리의 하향안정을 위해 적지않게
애썼지만 결과는 반대로 금리상승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따라서 우리는 지난 9일 이환균 재정경제원차관이 내년도 경제운영계획을
설명하면서 국제수지개선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저성장정책을 펴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판단을 지지한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던 시절은
지났으며 호전시킬 능력도 없다.

그렇다고 무책이 상책이라고 손놓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상황추이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은 우리경제의 근본저력(fundamentals)을 우리보다도
훨씬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것은 개방경제시대에 우리경제의 안정을 위해 무시할수 없는 요소다.

정책당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경제의 근본저력을 개방경제
시대에 걸맞는 세련된 형태로 끌어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