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EDS 서비스팀에서 근무하는 이병주씨(29)는 아침신문을 들자마자
펼치는 면이 있다.

바로 "오늘의 운세".

그날 운이 어떨지를 우선 훑는다.

운이 좋다고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간혹 "재수없음"괘가 나오면 괜히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꼭 믿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게 좋은 것 아닙니까"라는 게 이씨의 말.

이번 주말 그는 친구들과 함께 단골 점집에 가기로 했다.

내년도 운세를 보기 위해서다.

최근 이처럼 역학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역학을 공부하는 모임도 많아졌다.

서점가에선 역학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팔려나간다.

주고객은 대학생에서부터 젊은 직장인층.

특히 요즘같은 연말연시엔 신년운세나 토정비결 서적을 찾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현대 정보화시대의 꽃인 컴퓨터 통신에도 "점방"이 버젓이 운영되고있다.

나우누리에는 역학강좌와 사주상담을 해주는 방이 마련돼 있다.

이 컴퓨터 점방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과 젊은 직장인.

젊은층사이의 역학 인기는 대학로 종로등의 밤거리에 가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매일밤 "사주관상"이란 입간판을 내건 점집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지나가던 20,30대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들어선다.

이런 신세대 역학붐에 힘입어 점집들은 이제 젊음의 거리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 뒤편에는 진로운에 관한한 족집게라고 소문난
촌락이 운집해 있다.

패션의 거리 압구정동에는 "천기누설"이란 역학카페가 있다.

이곳에도 커피를 마시며 점을 보려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런 사주카페들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점집들이 젊은 취향에 맞춰 인테리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SBS-TV 그것이 알고싶다"로 방송을 탄뒤 더욱 유명해진 신촌 "계룡산
도령"의 대기실은 웬만한 카페 뺨치게 꾸며져있다.

밝고 환한 실내, 푹신한 소파, 세련된 여직원, 책꽂이엔 최신
패션잡지에서 시사잡지까지 골고루 구비돼 있다.

기다리는 동안엔 심심치 않게 과일등 간식까지 서비스된다.

소위 "점집"하면 으레 연상되는 왠지 음침하고 섬뜩한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불화장품의 권혜수씨(24)는 올여름 이곳을 찾았다가 97년중반까지
예약이 넘쳐있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아줌마집"으로 통하는 D여대 인근의 점집도 젊은이들사이의 명소.

지리적 특성상 여대생 손님이 많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직장인들도
만만치 않다.

복채는 1만원.

주말엔 하루 수십명이 이집을 찾는다.

따라서 주말수입만해도 100만원쯤은 금방 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세대 직장인들이 주로 관심을 두는 것은 크게 직장운과 연애운.

현재 직장이 적성에 맞는지가 가장 일반적인 질문이다.

연애상담도 빼놓을 수 없다.

애인끼리 궁합을 보러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신세대 커플들은 "잘살까"보다는 "속궁합"쪽에 무게를 더 둔다고.

아줌마 부대들이 보통 남편 사업이나 자녀진학에 대한 카운슬링(?)을
청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합리적 논리적이라고 평가받는 신세대들이
역학에 열광하는 것은 어쨌든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