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는 "늑대와 소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란 진실의 왜곡을 보여주는
대표적 이야기로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거짓말에는 여러종류가 있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지옥순례길에 거짓말을 한 사람을 심판하는 장면을
목격할수 있다.

하얀 거짓말을 한 사람은 구제를 받고 검은 거짓말을 한 사람은 단죄를
받는다.

하얀 거짓말은 그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없는 선의의 거짓말이요
검은 거짓말은 그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많이 생기는 악의의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늑대와 소년"에서 소년은 남을 다치게 하거나 해를 입히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왜곡되게 보게하는 악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늑대와 소년"이야기에서 또 다른 교훈적 의미를
발견할수 있다.

손년의 장난끼 어린 거짓말에 깊은 도덕적 교훈이 담겨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소년의 거짓말로 마을사람들은 늑대로부터 양을 구할수 있는 대처능력이
향상될수 있었을 것이다.

또 소년은 늑대로 부터 양을 지키는 능력이 탁월함을 인정받을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악의의 거짓말을 함으로서 양을 잃어버렸고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신의를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하게 됐다.

필자는 문득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늑대와 소년"의 교훈적 의미가
느껴진다.

요즘 기업내부에서는 "위기"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대내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경영환경으로 조직의 균형은 흔들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위기라는 말이 피부에 직접 와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내부에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늑대와 소년"의 이솝우화처럼
거짓말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 무척 안타깝다.

"우리회사는 괜찮아" "늘 하는소린데, 걱정없어"라는 식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위기"라는 말을 자주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왜곡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소년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 있어 환경은 예측불허다.

언제 위기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절대적 위기상황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

지금의 절박한 현실을 "늑대와 소년"의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위기는 지금 현실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마음을 한데 모은 강한 응집력이 필요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