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운동화시장을 나이키 리복등 외국 유명브랜드에 몽땅 내줄수는
없다며 고유브랜드로 한국 신발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나선 중소기업이
있다.

부산의 학산이 바로 그 업체.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국내 신발업계의
1세대를 자처하는 이원목사장이다.

그는 한국의 신발산업이 위축되고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안방까지 모두
외국브랜드에 내줄수는 없다며 고유브랜드로 시장사수에 나선것이다.

"중소기업이 고유브랜드로 뿌리내리는게 쉽지 않은줄 압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어서 시작했습니다"

범표 신발로 유명한 삼화의 출신인 그는 20년간의 경험을 살려 88년
신발업체인 학산을 창업, 줄곧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해왔으나
94년 고유브랜드인 "비트로(Vitro)"를 개발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품은 테니스화 배드민턴화 러닝화 학생화 캐주얼화등이다.

비트로는 "빛으로"를 영어체계로 변형한 것.

이미 60개국에 상표를 등록했다.

또 내수판매를 위해 전국 80여개 운동용품 전문점과 계약을 맺고
납품중이다.

기존 신발업체들의 전문대리점과는 달리 운동용품 전문점과 오픈스타일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외산 유명제품보다 30~40%가량 저렴하지만 품질은 오히려
뛰어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외국 유명제품을 만들어온 저력과 노하우가 그대로 비트로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고유브랜드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광고.

하지만 자금력이 열세인 중소기업으로서 할수 있는 광고엔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기내지 테니스코리아 스크린등 잡지와 라디오방송등을 통해
광고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사장은 인근 부산지역의 학교와 교육청을 직접 찾아 나섰다.

"맹목적으로 외산브랜드를 찾는 학생들에게 국산도 괜찮은 품질의 제품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뿐만아니라 비트로의 홍보를 위해선 테니스장과 운동장등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이같은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 부산지역의 테니스코트에선
40% 가량이 비트로제품을 신고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점차 서울등 여타 지역에서도 비트로가 알려지기 시작,이를
취급하고 싶다는 운동용품 전문점이 늘고 있다.

미국 호주 스페인 남아공 콜롬비아 이스라엘등으로 팔려나가고 있기도
하다.

학산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으며 부산엔 R&D센터와 고급품
생산라인을 직접 가동하고 있다.

< 부산=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