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감정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돋보기를 들고 이리저리 보석을 들여다보다가 이빨로 슬쩍 깨물어보는
모습.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하는
뭔가 고민에 찬 표정.

가끔 급히 돈이 필요해 고이 간직해온 패물을 가지고 동네 금은방에 가면
흔히 보는 풍경이다.

하지만 보석감정사에 대한 이같은 일반적인 인식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3만여개가 넘는 금.은.보석방이 있지만 이들 모두가 "전문보석
감정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험도 무시못하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게 현실이다.

보석감정사는 한마디로 "보석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보석 종류가 108개나 되는 것처럼 보석감정사들이
하는 일도 그만큼 복잡하다.

하나하나의 보석을 놓고 투명도 색상 연마상태 중량등을 분광기같은
특수기구등을 통해 분석하고 가치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품질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감정서도 발행하는 일을 한다.

우리가 그냥 보면 똑같은 보석같지만 이들의 손을 거치면 수백등급으로
나뉘는 것도 다 그래서다.

이같은 전문적인 보석감정사가 주목을 받은 것은 90년대 들어와서부터.

보석이 해마다 결혼하는 약40만쌍의 필수혼수품으로 자리잡은데다
소비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재산의 한 형태로 주목되면서다.

세계 5위 보석소비국인 현재 우리나라의 보석시장규모는 연간 3조원대에
달할 정도다.

웬만한 가전제품시장보다 큰 셈이다.

더욱이 지난 91년부터 귀금속과 보석류가 수입개방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주식회사 형태를 갖춘 보석상도 60여개나 생겨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전문인력으로서 보석감정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보석시장의 90%가 밀수품이라는 믿지 못할 말도 나오는
판국에 이들의 중요성은 무시할수 없다.

보석시장이 커진데 따라 높아져가는 소비자들의 피해가능성을 막자는
얘기다.

이들은 주로 귀금속 보석상에서 일하지만 대형면세점 백화점 대기업
수입관련부서에도 취직할수 있다.

또 일부는 자영업에 나서기도 하고 수출입회사에서 구매를 담당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보석구입에서부터 판매까지의 다양한 일이 그들의 몫이다.

대개 초봉 60만~70만원선으로 낮은 편이지만 인상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더욱이 철저한 능력급제라는 점도 매력이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월 200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보석감정사는 전문가로 인식받는 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한번 실수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직업의식도 요구된다.

가격이 아닌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속에서 정해지는 가격까지 평가하려들면 보석보는 눈이
흐려진다는게 이들의 불문율이다.

어려움도 많다.

갈수록 합성보석등을 생산하는 기술이 발달하지만 이를 정확히 캐낼
기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각종 관련서적을 뒤적이며 연구를 거듭해야한다.

자격증을 따는 순간이 바로 보석감정사로서 첫 출발인 셈이다.

게다가 특별소비세에 묶여 밀수시장이 커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제도도
걸림돌이다.

보석시장을 양성화할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은 진흙속에 묻힌 진주를 캐낸다는 자부심에 산다.

똑같은 돌이지만 자신의 손을 거쳐 옥석으로 나뉠때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