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인연이 옥의 인연을 회복시켜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그 점쟁이 말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 금과 옥이 오히려 상극인데
서로를 돕는다고 했을 수도 있지"

대부인이 다시 한번 보옥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보옥이 시선을 허공에 둔 채 벌떡 몸을 솟구쳐 일어났다.

그러자 망측스럽게도 아래 속옷을 헐겁게 입고 있던 보옥의 하체가
맨몸으로 허옇게 입고 있던 보옥의 하체가 맨몸으로 허옇게 다 드러났다.

시커먼 불거웃과 쪼그라든 음경도 그대로 드러났다.

"아우구머니나"

왕부인이 얼른 보옥의 아래 속옷들을 치켜올려 허리띠를 묶어주었다.

"나, 대옥 누이에게 간다"

보옥이 한마디 툭 내뱉고는 신방 문으로 성큼 성큼 다가갔다.

그때 별채 안방으로 보채를 데리고 갔던 희봉이 신방으로 다시 들어서다가
보옥과 맞닥뜨렸다.

"도련님, 이 새벽에 어디로 가려고요?"

희봉이 보옥의 한쪽 팔을 붙잡으며 황급히 물었다.

"대옥 누이를 보러 소상관에. 대옥이 누이가 여기 있어야지 왜 소상관에
있는 거야?"

희봉이 보옥을 이끌어 도로 구들에 앉히며 보옥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시선을 초점을 잡아주려 하였다.

희봉의 시선과 보옥의 시선이 겨우 연결되자 희봉이 목소리에 힘을
넣었다.

"도련님은 대옥이랑 혼인을 한 것이 아니라 보채랑 한 것이라고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나요?"

"그래요. 도련님은 보채 아가씨랑 혼인을 하였다구요!"

습인이 울부짖다시피 소리를 높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보옥이 고함을 질러대다가 뒤로 벌렁 자빠져 입에 거품을 물며 손발을
바르르 떨었다.

"이거 큰일났구나. 얼른 안식향을 피워라"

왕부인이 습인에게 지시하자 습인이 밖으로 달려가 안식향을 구해
가지고 왔다.

습인이 안식향에 불을 붙여 자빠져 누워 있는 보옥의 코 근방에다가
갖다 놓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좀 떨어져 숨을 죽이고 보옥의 동태를 지켜보았다.

안식향의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보옥의 콧속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갔다.

안식향은 황기, 인삼, 복령, 산조인, 용안육, 당귀, 원지, 목향 등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재들을 가루로 만들어 막대 모양으로 만든 향이었다.

얼마 지나자 안식향을 마신 보옥이 발작을 멈추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