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고도화와 첨단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엄청난 정밀도를 요구하게
된다.

또 생산활동이 올바르게 성숙하려면 튼튼한 기초가 전제돼야하는데 그
기초가 바로 정밀측정.정밀가공기술이다.

바로 경쟁력과 품질수준의 바로미터다.

더군다나 정밀기술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사는 "26회 정밀기술진흥대회"를 맞아 초정밀 측정.가공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보급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 "정밀기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사 이계민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김국호 대우
중공업조선부문 부사장 한정빈 삼성자동차 전무 김항래 산업기술시험평가
연구소장 은희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박영기 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이 참석했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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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올해 대회는 예년보다 다소 강조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매우 다행입니다"

<> 박영기 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 ="지난해까지 따로 열리던 정밀기술
경진대회와 정밀측정진흥대회를 정밀기술진흥대회로 묶었는데요, 두 대회를
통합한 원년이라는 점도 그런 분위기를 만든 요인일 수 있습니다.

붐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내년부터는 시험검사분야를 추가하거나
지방에서 시작해 연말 총결산 대회를 중앙에서 치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김국호 대우중공업부사장 ="사실 정밀기술은 방위산업의 필요성에 의해
시작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정밀기술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수준도 한단계 끌어 올려야 할
때입니다"

<> 사회 ="산업이 고도화되면 극도의 정밀도를 요구할 것은 자명한데요,
정밀기술의 중요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입니까"

<> 은희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가령 세계 최초로 어떤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지요.

양산단계에 들어가려면 품질관리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품질관리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관련 측정기술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따라서 정밀가공 정밀측정기술은 제품의 품질, 한걸음 더 나아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 한정빈 삼성자동차전무 ="렌즈를 예로 들면 5~10나노 사이의 정밀도
정도면 제품에 쓸 수 있는데요, 이보다 더 정밀한 수준인 3~5나노 사이는
하이테크로 분류돼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밀도는 곧 고부가가치라는 얘깁니다"

<> 사회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사실 정밀측정이나 정밀가공 기술분야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면이
적지않습니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기반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어떤 기술이 있는지, 또 어느정도의 정밀도를 확보해야 하는 겁니까"

<> 은부장 ="고도산업사회는 컴퓨터 항공 메카트로닉스 신소재 정보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근간을 이룹니다.

따라서 우리의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는 정밀측정 정밀가공기술을
향상시키는게 선결과제입니다.

한예로 얼마전에 국내기업이 세계최초로 1기가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실제 양산돼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에서의
선폭측정이나 박막두께 측정, 미세입자크기측정 등 초정밀측정 및 분석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반도체 재료의 순도관리를 위한 극밀한 분석도 현재의 PPM단위가 아니고
PPb(10억당 1)나 PPt(1조당 1)단위까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항래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 소장 ="생산현장에서 품질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에는 정밀측정이라는 수단이 동원되는데요, 이
기술은 측정자의 숙련도와 측정방법의 고난도여부에 따라 좌우됩니다.

부품수가 1만개 정도인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에서는 1/100000m~1/1000000
m의 측정기술을 필요로 합니다만 부품수가 10만개를 넘는 항공기나 로케트
초정밀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는 나노테크널러지(1/1000000000m)라는 고도의
측정 가공기술이 요구됩니다"

<> 사회 ="우리나라는 OECD가입을 위한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쟁상대는 선진국들인데요, 이경우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정밀
기술이 이들과 대등한 수준이 돼야할텐데 우리의 수준은 아직 많이 쳐져있는
느낌입니다"

<> 은부장 ="한 국가의 정밀측정기술 수준은 두가지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그나라의 국가측정표준의 정밀.정확도 수준이며 또 하나는 국가
측정표준이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결국 정확한 국가측정표준의 확립 유지와 효율적인 보급이 정밀측정기술
향상의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선진국 초기수준으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소위
G7국가에는 못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큰 제품의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국가측정표준의 숫자는
100개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선진국은 모두 확립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도 80개 밖에 확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립돼있는 분야의 정밀정확도도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G7국가의 90%수준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측정표준의 보급은 우리나라도 이미 400개가 넘는 교정.
검사기관이 지정돼 있고 1년동안 이뤄지는 공인교정 검사건수가 지난해에만
90만건을 넘어 G7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인교정 검사와 관련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진국은 해당기업
자율적으로 받지만 우리는 타율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 사회 ="정밀기술 분야의 경우 선진국의 것을 우리것으로 만든다는
차원에서도 국제화가 필요할텐데요"

<> 박국장 ="그렇습니다.

먼저 관련세계기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1875년 미터협약 체결이후 1899년부터는 국제도량형총회가 열려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이때는 오늘날의 G7국가들이 국가표준연구기관을
설립한 때와 일치합니다.

선진각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정밀측정기술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알 수 있지요.

우리는 지난 75년에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세웠어요.

이때문에 국제도량형총회 산하 9개위원회와 국제도량형위원회 참여도
늦어졌습니다.

다행히 88년에 온도측정자문위원회 미터정의자문위원회 등 3개 자문위원회
의 정회원국에 피선된 것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7개 자문위원회 정회원국이
돼 활동중입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에서 G7국가와 동등한 대접을 받으려면 각종 연구과제에
참여해 우리 실력을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사회 ="산업현장에서의 얘기를 들어보지요.

조선이나 자동차는 경제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하겠는데요, 그동안 정밀측정 정밀가공 기술상의 문제는 없었습니까"

<> 김부사장 ="조선업은 1백% 우리 설계로 이뤄집니다.

조선분야는 OECD에도 일찍 가입할 만큼 선진국과 어깨를 견주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경우 만드는 물건이 워낙 큰데 줄자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철판을 산소용접기 등으로 자르고 붙이다 보면 열로 인해 늘거나
줄어드는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끝없이 변형이 일어나는데 심하면 다시 뜯어야 하기때문에
코스트요인이 됩니다.

자체적으로 3차원 측정장비를 개발했어요.

배의 거대부품이랄 수 있는 블록을 빠르고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데
앞으로 대형구조물 컴퓨터통합생산시스템 구현에 활용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전무 ="정밀측정기기를 제대로 보고 그 숫치가 뜻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는 기술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범용측정기는 국산화돼 있지만 핵심측정기 등은 선진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고가로 들여온 외제장비를 작동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제
성능대로 쓰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요.

교육과정이 이론중심이어서 채용한 뒤 현장에 투입할 때까지 장기간 실습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구요"

<> 사회 ="측정능력을 높이는 데 있어 측정현장에서 종사하는 기술인력의
수준향상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한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 박국장 ="두가지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겁니다.

기존인력의 재교육과 전문교육기관 설립입니다.

현재 일부 기관에서 재교육이 이뤄지긴 합니다만, 기간이 1주일로 매우
짧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2달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그리고 현재 연간 정밀측정기술 인력수요가 6만~7만명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공급은 크게 달리는 편입니다.

전문교육기관 설립이 시급한데요, 미국의 경우 2개의 4년제 대학에서
정밀측정과정을 운영중이며 전문대 이상의 교육기관도 9개나 됩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서 정부는 1년단위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계량측정
기술훈련센터 설립을 추진중입니다.

또 9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중인 산업기술대학에 관련학과를 개설할
방침입니다"

<> 사회 ="측정기술과 계측기산업이 밀접하게 연결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의 계측기산업의 현주소, 그리고 육성방안도 얘기해 주시죠"

<> 박국장 ="세계수출시장은 94년 기준으로 650억달러 규모, 국내수요는
95년에 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세계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겨우 0.7%
수준입니다.

국내시장에서도 국산계측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구요.

94년에 우리는 3억8,000만달러 수출에 수입은 25억7,000만달러였습니다.

정부는 계측기분야의 수입대체효과를 감안해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펴고 있습니다.

현재 공업기반기술자금 28억원, 첨단기술 및 시제품개발자금 57억원을
지원중이며 신제품 개발업체는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 사회 ="정밀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정밀기술 활성화방안에 대한 얘기로 이번 좌담회를 마쳤으면 합니다"

<> 김소장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상물품이나 측정환경이 측정에
적합하도록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한 돈이 들어갑니다.

때문에 교육분야뿐 아니라 측정기술 관련 설비를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교정기관이 표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겁니다.

정부 연구기관 일선기업이 3위일체가 되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빨리
선진국들을 쫓아 잡을 수 있습니다"

<> 은부장 ="측정기술은 인프라성격을 갖기때문에 산업수요를 앞서가야
하며 경제논리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투자의지도 필요합니다.

측정기술 변화를 주시하면서 뒤떨어지지 않기위해 정부 국가표준연구기관
산업계의 유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 김부사장 ="정밀가공은 기업들이 생존전략으로서 스스로 정확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차원 측정시스템 개발을 통해 덩치가 크다고 정밀기술이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한전무 ="시험장비의 60%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각오로 측정기 및 생산설비 국산화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참여해야 겠지요"

<> 사회 ="정밀기술 발전에 대해 오랜 시간 진지하고 열띤 논의를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정리=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