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다.

동천회.

충북 옥천과 영동에서 통근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통학했던 대전고등학교
50회 동창생들의 모임 이름이다.

영동의 동자와 옥천의 천자를 따서 지은 이름인데, 깊은 의미도 담겨져
있다.

전북 장수군 팔공산과 장안산에서 발원된 금강은 영동과 옥천을 거치고
충청도 일원을 휘돌아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동천회 친구들은 모두 맑고 깨끗한 금강줄기의 물을 마시며 자라왔다.

같은 내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가 동천회의 명칭에 담겨져 있다.

이 모임은 1990년에 결성되었는데, 초기에는 친구들이 사회적 기반이
덜 닦인 탓이었는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모임이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40대중반에 가까워지면서부터 모두들 모임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됨에 따라 모임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회원은 16명이며, 현재 회장은 주재평 (리버타운 공인중개사 대표),
부회장은 남기명 친구 (법제처 공보관)가 맡고 있다.

몇몇 회원들을 소개하면 곽정흠 (남부토건 기획실장)
금영탁 (한양대 공대 교수)
김윤 (서울시 잠원동사무장)
박영길 (P&I 브라더스 대표)
박희종 (서울신성교회 목사)
성찬환 (현대건설 경리부차장)
송양기 (대우정보시스템 관리부장)
정종수 (노동부 고용관리과장)
정진홍 (대한항공 팀장)
정진훈 (상업은행 차장)
천성우 (세양산업 부장) 등이다.

만나면 처음에는 자기생활 주변이야기,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이야기로 시작되나 술잔이 몇번 돌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내 옛날
통학시절에 있었던 과거사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1996년의 이야기가 아닌 1960년대말의 이야기, 도시가 아닌 충청도
시골, 그중에서도 통학 열차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여유가 있었고 낭만이 있었으며 학우들간의 우정도 매우
끈끈했었음이 이야기속에서 흘러 넘친다.

그당시 여학생들과 있었던 사건들도 자연스럽게 화제거리로 오르게
된다.

한번은 이야기도중 한 친구로부터 그때의 여학생들과 미팅을 추진해
보자는 제의가 나온 적이 있는데, 다른 한 친구가 "마누라 알면 빠떼루
받을라구"하는 말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된 일도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