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께로 예상되는 여권진용개편에 정가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은 대폭이 될지 부분적인 개편이 될지도 불투명하고 시기도 내년초로
넘어갈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인사들은 몇명만 모여도 집권당의 차기
대표위원이나 국무총리에 누가 발탁될 것인가를 점치는등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임기중 마지막으로 단행할 이번 당정개편은 여권의 후계
구도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신한국당 대표와 총리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거친뒤
임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이 선택할 정치적 카드는 서너가지의 조합중 하나가
될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번째로 예상되는 케이스는 여권 차기대권주자중 한사람을 국무총리로
발탁해 대권주자군에서 자연스럽게 탈락시키면서 경선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넓어질 대표자리에 자신의 의중에 있는 차기주자를 기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같은 선택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인사들은 아직까지 당내에서 대세론을
펼만한 후보감이 없는 상황에서 김대통령은 오히려 후계가시화를 조기에
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후보지명을 늦췄다가 내년중반에 특정인사를 지원할 경우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당이 제대로 유지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힘이 있을때" 자신의 후계자를 결정해야 집권세력의 이탈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권후보가 뛰쳐 나갈때 파급효과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후보 조기가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핵심부에서도 이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후보조기가시화가 될 경우 당대표보다는 총리쪽이 오히려 후계자 수업코스
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대표로 가시화되는 경우 당내 다른 대권후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계의 한 핵심인사는 연말께 당정개편에서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은 남북문제나 외교.국방에 전념하면서 총리에게 국정의 상당부분을
맡겨 경험을 쌓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총리후계구도" 아래서는 박찬종상임고문이나 김덕룡정무장관등
젊은 총리의 등장을 점치기도 한다.

다른 한 선택은 후계구도와 관계없는 인사중에서 당대표와 총리를 발탁하는
것이다.

차기후보경선을 중반이후로 늦추는 대신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 인사로
당정체제를 구축, 이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권력누수를 최대한 막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후보경선정국에서 이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것이고
결국은 김대통령 의중대로 후계구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정가일각에서는 현재의 이홍구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민정계의 김윤환의원
이나 최형우의원을 총리로 발탁할 경우 유효적절한 카드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때에는 이들 세인사가 김대통령 의중의 "후계자"가 아닌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고 당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또다른 문제이긴 하다.

이같은 카드가 현실화될때에는 서석재의원등 민주계실세가 사무총장직을
맡아 후보경선및 대선정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것으로 예상된다.

개각의 폭에 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대통령선거를 치러야하는 만큼 행정부는 동요없이 일부 보각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면적인 개편이 될것이라는 관측이
공존하고 있다.

전자는 선거때마다 거론되는 "중립내각"적 색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역의원들이 각료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들의 자리를 비정치적인 인물로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한승수경제부총리 이성호보건복지부장관 신상우해양수산부장관등이
교체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대체적으로 전국적인 득표를 위해
현역.비현역의원 여부에 관계없이 여권의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대폭적인 당정개편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통령이 오는 28일 동남아순방을 마치고 정기국회 예산안등이 처리된
후인 12월 중순께 또는 다소 늦어질 경우 내년초에 있을 당정개편을 놓고
여권내부에서는 미묘한 물밑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야권도
여권의 기류를 점치는데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