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술집은 있어도 단골주유소는 없다"

일산에 사는 최민혁씨(34.회사원)의 "주유소론"이다.

어딜가나 비슷한 서비스, 똑같은 기름인데 수고스럽게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새집을 마련하면서 자가용을 산 직후만해도 회사 동료들에게
신도시 주유소들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한껏 자랑했었다.

50만원어치의 쿠폰을 모으면 오디오를 주는 주유소까지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올초부터 주유소경품경쟁이 중지되면서 이런 서비스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니 기름이 떨어질만 하면 가까운 주유소를 찾을 수 밖에.

최씨 같은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정유사로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케팅이 먹혀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휘발유를 내놓아도, 주유소를 전면 새단장해도, 아무데나
가까운데 찾아간다는데야.

그래서 정유업계가 새로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 바로 "단골정유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단골정유사 만들기의 출발점은 제휴카드서비스.

자사 휘발유를 주기적으로 넣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플라스틱머니"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누적사용량이 많은 고객에게 "기름넣고 상품도 받고 자동차용품을 구입
하거나 차 고칠때 할인혜택을 받고 자동차가 고장나면 무료견인서비스도
받는"(유공 오릴리지 서비스) "단골용" 신용카드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유공을 예로 들면 유공비씨카드 가입자는 이용실적에 따라 1,000원당
3마일의 대한항공마일리지 또는 사은품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쉐라톤워커힐 호텔과 호텔하얏트리젠시제주에 숙박할 때는 10~30%의 할인
혜택도 부여된다.

LG정유는 국민카드와 제휴해 LG정유카드를 내놓았고 최근엔 대우오토카드와
제휴해 신차 구입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정유사의 주유소를 찾으면 좋은 이유가 또 있다.

오일교환등 각종 경정비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

LG정유의 경우 "오토오아시스" 서비스를 마련해 전국 250개 주유소에서
표준화된 경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발행한 전국통용쿠폰을 갖고 있는 고객은 이 오토오아시스에서
엔진오일교환과 경정비시 할인혜택을 받는다.

냉각수 배터리 브레이크오일 점검 등 10개 항목은 완전 무료다.

경정비도 10~30%의 할인혜택이 있다.

"기름냄새" 나는 주유소가 "청결한"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단골
정유사가 생기는 또 다른 이유다.

한화에너지와 현대정유는 미녀들로 구성된 서비스 전문요원들을 계열
주유소에 파견해 단골고객들에게 또 다른 만족을 주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전문서비스요원인 "프라자걸" 7개팀을 구성해 전국 대도시
에서 순회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현대정유도 전문홍보요원인 이벤트걸을 계열주유소인 오일뱅크에 파견해
계절마다 색다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봄스케치" "여름사냥" "가을사랑" "겨울이야기"등.

한마디로 "기름도 넣고 공연도 보고"다.

정유사들의 단골만들기는 내년부터 유가가 전면 자유화되는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유공이 전면 도입키로 검토하고 있는 보험인 "오일슈런스"가 그 예다.

이 보험은 3회이상 기름을 넣으면 교통사고시 최고 1,000만원까지 보상해
주는 첨단 서비스.

바야흐로 주유소에도 본격적인 "고객만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