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는 참 희안하다는 생각을 펼칠수 없다.

언제는 갖가지 장미빛 전망이 난무하며 주가가 다락같이 오르다가
다음 순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폭락세를 보이니 말이다.

주가란 경제의 온갖 요인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변덕스럽게 변하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너무 지나치다 싶은 감이 없지 않다.

바로 얼마전만 해도 지수850선의 매물벽을 돌파하고 900선을 바라본다면
주가가 갑자기 급락세로 돌변해 종합주가지수가 9일째 계속 떨어져
그제와 어제 장중한때 연중 최저치인 753.35포인트를 위협하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최근의 주가급락은 무엇 때문이며 언제쯤 상승세로 돌아설수
있을까.

주가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차명계좌조사설 및 극격한 원화환율상승이
꼽힌다.

여기에 신용매물압박으로 대표되는 수급사정의 악화, 경기침체와
사상최대의 경상수지적자로 나타나는 어두운 경제여건 등이 주가상승을
가로막고 있음은 물론이다.

툭하면 나오는 계좌추적이네 특별조사네 하는 소문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지하경제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하고 최근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정착의 결정적인 결림돌로 부각되어 간단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또한 올들어 원화환율이 7% 넘게 급상승함에 따라 막대한 환차손을
입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매입을 꺼리자 증시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종목당 외국인투자한도야 20%까지 확대된데다 투신 은행 증권사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지나친 부채부담및 주식보유물량에 눌려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의 주식매입자제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수출부진에 따른 경상수지적자확대로 떨어지는 원화가치를
억지로 떠받칠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주가하락요인은 경제상황의 악화다.

올3.4분기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중 출하및 산업생산증가율,
제조업평균가동율 등이 모두 8월보다 낮아진데 더해 재고율은 92년11월이후
가장 높았다.

게다가 지난9월말 현재 경상수지적자가 17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를 넘었으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00억달러를
웃돌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렇듯 물가 성장, 국제수지에 모두 빨간불이 켜져있는데다 내년전망마저
어두우니 주가가 오를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해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전망이 온통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연말까지 재고조정을 끝내고 지준율인하로 인한 금리하락세가 가시화된뒤
OECD가입에 따른 해외자본유입이 늘어나면 금리하락과 환율안정을 기대할수
있다.

여기에 일부예측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값이 회복된다면 경기회복과
국제수지적자축소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관측이 적중된다면 실물경기에 선행하는 주가의 속성상
내년 상반기에는 상당한 반등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안정적인 주식수요가 없고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는 현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

또한 내부자거래나 불성실공시 그리고 주가조작 등은 철저히 조절돼야
하지만 실효도 없이 조사설만 나도는 풍조는 지양해야겠다.

중격요법으로 증시선진화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