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수목드라마 "형제의 강"은 경남 밀양을 배경으로 60년대 고향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 지난해 "옥이이모"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드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총 50회중 8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30년전 서민들의 삶을 소박하게
그려냄으로써 고향을 떠난 도시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사투리를 질펀하게 구사하는 지방출신 아역배우들이 그런대로 자기
배역을 잘 소화,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수범.

말썽꾸러기로 아버지의 온갖 구박에 시달리면서도 우직하고 가족애가
남다른 둘째 준식역을 능청스럽게 해내고 있다.

이밖에 공부잘하는 모범생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첫째 준수역의 육동일도
밉살스럴 만큼 차가운 연기를 펼치고,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준호역의
안성태도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심정을 잘 표현해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아역들을 내세워 시청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제작진의 욕심이 지나친
탓인지 이들의 연기가 버겁게 느껴지고 작위적인 부분들이 눈에 거슬린다.

"옥이이모"에서 아역들이 보여준 자연스러운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셈.

극을 튼튼하게 이끌고 있는 것은 박근형 김영애 남포동 김기섭 백윤식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로 그당시 서민들의 삶을 감칠맛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내용만 보면 "형제의 강"이 아니라 "부자의 강"이라 해도
좋을 만큼 모든 갈등의 중심에 있는 고집불통 아버지 서복만역을 맡은
박근형의 개성있는 연기가 드라마의 활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공부잘하는 수재아들 준수에게 삶의 모든 기대를 거는 아버지 서복만과
희생을 요구당하는 남은 가족들간의 갈등, 빈부의 격차에서 비롯된 서복만과
박달재의 알력 등 지금까지 개연성을 잃지 않고 설득력있게 전개된 갈등구조
가 어떻게 변화하며 60~80년대 가족사의 전형을 그려낼지 궁금하다.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