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Rock) 음악은 금속성 파열음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드럼과 전자기타 전자오르간이 어우러진 파열음, 그리고 무대위를 뛰는
가수의 거친 몸짓과 이에 호응하는 관객의 열광 등이 록음악의 구성
요소이다.

록음악은 그런 까닭에 복잡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젊은이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록음악 가사에는 유독 "Hell(지옥)"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사타니즘(Satanism : 악마주의)의 표현이다.

휘경동 경희대 앞의 카페 "Hell"(헬)은 그 이름에서 알수있듯 사타니즘을
주제로 한다.

헬카페는 록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카페 헬 정문에 서면 섬뜩한 모습의 해골이 손님을 맞는다.

해골은 음산한 가을 저녁의 정취와 어울려 찾는이의 발길을 멈칫하게
한다.

지하에 위치한 헬카페로 이끄는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다 보면 그야말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한다.

헬카페 문을 밀치고 들어서 헤비메탈의 파열음에 압도당하게 된다.

카페에 들어가도 악령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어두운 조명아래로 곳곳에 해골바가지가 놓여 있다.

벽에 걸린 록가수 핑키 폴로이드그룹과 슬레이어그룹의 대형 사진이
음침한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릴 뿐이다.

록음악을 아는 사람들은 "헬카페의 분위기가 록을 감상하기에 최고"라고
말한다.

록음악에 젖어 작은 율동을 하다보면 힘겨운 현실생활과 완전 격리된
상태로 빠져들수 있다는게 이들이 헬을 찾는 이유이다.

헬은 일반 카페와는 달리 술 이외의 음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맥주와 보드카 스카치 데킬라 버본 등을 시키면 새우깡 안주가 서비스로
나온다.

홀 중앙에 놓인 당구대에서는 포켓볼을 즐길 수도 있다.

연인과 함께 가면 음산한 분위기가 둘 사이의 간격을 더 좁혀준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