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칼럼] OECD 비용과 효과 .. <논설위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가 그토록 오랜기간 노력해온 것이 내 땅을 잃기위한 것이었다니..."
사스마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유신에 큰 몫을 했던 도사번의 마지막 영주가
했다는 말이다.
염원했던대로 도쿠가와 막부를 쓰러뜨리고나자 폐번치현, 곧 영주들의
땅도 없어졌으니 그런 한탄을 할만도 하다.
자신이 애써 이루려고 했던 일, 그것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파장을 몰고왔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나폴레온으로부터 루이지애나를 1,500만
달러에 사들였던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당시의 미국 영토를 2배로 늘린 찬양받을 조치지만,
정치적 야심과 인기를 노린 제퍼슨의 행위는 의회승인없이 독단으로 이를
결정했다는 점, 연방정부권한의 극소화라는 자신의 오랜 주장에 반하는 것
이라는 점때문에 두고두고 그에게 부담이 됐다.
"정치적 의도때문에 너무 서두른다"는 거부반응도 만만치않은 가운데
이루어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경제개발 30여년만에 선진국대열에 들게 됐다는 대견함, 어쩌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함께 교차하기
때문이다.
"헬스클럽 회원이 된다고 해서 다 건강해지는건 아니잖느냐"는
라디오뉴스에 덧붙여진 어느 시민의 반응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출근길 차안에서 들은 그의 한마디는 정부관계자들의 자랑섞인 현학적인
설명보다도 정곡을 찌르는 감이 있었다.
OECD가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그것은 반드시 이렇다고 단정하기에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면이 있다.
야당이 "비준반대"와 "수용"을 오가는 혼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부자들이 모이는 헬스클럽이나 비싼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갖게되면 그런
저런 사람들을 사귈 수도 있고, 느끼기에 따라서는 격이 올라가는 듯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면이 있는 반면 거기에 따른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한국의 OECD가입은 두 쪽에서 다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겠지만, 먼저
몸이 달았던 쪽은 OECD쪽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OECD기구중 우리가 처음으로 가입했던 조선작업반(90년)이나 철강위원회의
경우 우리 쪽보다는 OECD쪽의 "필요"가 더 절실했던 것은 여러가지로
분명하다.
이미 70년대말께부터 참여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일본과 1위를 다투는 한국이 제외된 OECD 조선작업반은 따지고보면
"속없는 만두"꼴이었을 것이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OECD의 문은 기업인들에 의해 열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OECD가입이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이것 저것 예상해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않다.
가장 우려할 시나리오는 말할 것도 없이 멕시코 꼴이 되는 것이다.
OECD가입에 따라 자본이동에 대한 제약이 축소되면서 대량으로 유입된
핫머니가 페소화의 과대평가를 부추기고, 이것이 또다른 핫머니 유입을
불러오는 양상이다가 정정불안 등이 겹쳐 거품이 꺼지면서 어느날 갑자기
핫머니가 일거에 빠져나가 국민경제 자체가 파탄에 직면했던게 멕시코
사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우려가 없다는게 정부당국의 누누한 설명이다.
공무원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멕시코 같은 관리불재사태는 일어날리
없다는 얘기다.
채권시장과 현금차관 등을 전면개방하라는 OECD측 압력도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에 핫머니로 인한 금융위기의 우려는 크지않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OECD가입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농산물시장
개방유보 등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혜택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앞으로의 그린라운드 협상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돼 배기가스
배출규제 등도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자들은
한마디로 "그렇지않다"는 대답이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당국자들의 주장이고 보면 선뜻 믿기지는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OECD가입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니다.
국민경제가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OECD에 가입하는게 꼭 손해일 것
같지않기 때문이다.
말로만 행해지는 규제완화가 어쩌면 진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어서 그렇다.
OECD가입과 관련, 정부가 세운 금융시장개방계획에 따르면 100% 외국인
투자은행도 몇년내로 허용되게 돼있다.
외국거대자본의 국내금융시장상륙, 그것은 분명히 우려할 일이지만,
그렇게되면 내국인에 대한 은행주식소유상한 4% 등도 완화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업계는 오히려 금융시장개방에 기대를 걸고 있는게 일반적이다.
국내업계의 요구만으로는 쇠귀에 경읽기이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압력으로
규제가 풀리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 그것은 따지고보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아마도 OECD가입에 따라 우리가 치러야할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관료들이 도사의 마지막 영주와 똑같은 이유로 OECD가입을 서둔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온다면, 그 비용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
사스마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유신에 큰 몫을 했던 도사번의 마지막 영주가
했다는 말이다.
염원했던대로 도쿠가와 막부를 쓰러뜨리고나자 폐번치현, 곧 영주들의
땅도 없어졌으니 그런 한탄을 할만도 하다.
자신이 애써 이루려고 했던 일, 그것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파장을 몰고왔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나폴레온으로부터 루이지애나를 1,500만
달러에 사들였던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당시의 미국 영토를 2배로 늘린 찬양받을 조치지만,
정치적 야심과 인기를 노린 제퍼슨의 행위는 의회승인없이 독단으로 이를
결정했다는 점, 연방정부권한의 극소화라는 자신의 오랜 주장에 반하는 것
이라는 점때문에 두고두고 그에게 부담이 됐다.
"정치적 의도때문에 너무 서두른다"는 거부반응도 만만치않은 가운데
이루어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경제개발 30여년만에 선진국대열에 들게 됐다는 대견함, 어쩌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함께 교차하기
때문이다.
"헬스클럽 회원이 된다고 해서 다 건강해지는건 아니잖느냐"는
라디오뉴스에 덧붙여진 어느 시민의 반응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출근길 차안에서 들은 그의 한마디는 정부관계자들의 자랑섞인 현학적인
설명보다도 정곡을 찌르는 감이 있었다.
OECD가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그것은 반드시 이렇다고 단정하기에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면이 있다.
야당이 "비준반대"와 "수용"을 오가는 혼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부자들이 모이는 헬스클럽이나 비싼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갖게되면 그런
저런 사람들을 사귈 수도 있고, 느끼기에 따라서는 격이 올라가는 듯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면이 있는 반면 거기에 따른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한국의 OECD가입은 두 쪽에서 다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겠지만, 먼저
몸이 달았던 쪽은 OECD쪽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OECD기구중 우리가 처음으로 가입했던 조선작업반(90년)이나 철강위원회의
경우 우리 쪽보다는 OECD쪽의 "필요"가 더 절실했던 것은 여러가지로
분명하다.
이미 70년대말께부터 참여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일본과 1위를 다투는 한국이 제외된 OECD 조선작업반은 따지고보면
"속없는 만두"꼴이었을 것이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OECD의 문은 기업인들에 의해 열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OECD가입이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이것 저것 예상해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않다.
가장 우려할 시나리오는 말할 것도 없이 멕시코 꼴이 되는 것이다.
OECD가입에 따라 자본이동에 대한 제약이 축소되면서 대량으로 유입된
핫머니가 페소화의 과대평가를 부추기고, 이것이 또다른 핫머니 유입을
불러오는 양상이다가 정정불안 등이 겹쳐 거품이 꺼지면서 어느날 갑자기
핫머니가 일거에 빠져나가 국민경제 자체가 파탄에 직면했던게 멕시코
사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우려가 없다는게 정부당국의 누누한 설명이다.
공무원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멕시코 같은 관리불재사태는 일어날리
없다는 얘기다.
채권시장과 현금차관 등을 전면개방하라는 OECD측 압력도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에 핫머니로 인한 금융위기의 우려는 크지않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OECD가입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농산물시장
개방유보 등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혜택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앞으로의 그린라운드 협상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돼 배기가스
배출규제 등도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자들은
한마디로 "그렇지않다"는 대답이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당국자들의 주장이고 보면 선뜻 믿기지는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OECD가입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니다.
국민경제가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OECD에 가입하는게 꼭 손해일 것
같지않기 때문이다.
말로만 행해지는 규제완화가 어쩌면 진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어서 그렇다.
OECD가입과 관련, 정부가 세운 금융시장개방계획에 따르면 100% 외국인
투자은행도 몇년내로 허용되게 돼있다.
외국거대자본의 국내금융시장상륙, 그것은 분명히 우려할 일이지만,
그렇게되면 내국인에 대한 은행주식소유상한 4% 등도 완화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업계는 오히려 금융시장개방에 기대를 걸고 있는게 일반적이다.
국내업계의 요구만으로는 쇠귀에 경읽기이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압력으로
규제가 풀리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 그것은 따지고보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아마도 OECD가입에 따라 우리가 치러야할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관료들이 도사의 마지막 영주와 똑같은 이유로 OECD가입을 서둔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온다면, 그 비용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