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부부가운데 육아문제로 고민해보지않은 사람은 드물것이다.

아이의 친할머니나 외할머니,혹은 아이의 고모 이모등이 양육해주는
경우는 그나마 잘 풀린 사례이다.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손자양육을 원하지않거나 양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집에 와서 아이를 키워주는 아줌마나 할머니를 구하게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동네어린이집이나 놀이방등에 맡겨야하는데 그나마
두돌이 안된 아이는 받아주지 않는곳도 많다.

취업주부가 아니라도 골목길에서조차 아이들이 마음대로 놀게 놓아둘
수 없는 현실에서는 전업주부의 아이도 어린이집의 신세를 종종 지게된다.

선진경제로 도약하기위한 관건중의 하나는 정보산업 서비스산업등을
중심으로한 여성인력의 생산인력화수요를 적절히 흡수, 산업구조의
선진성과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문제는 현재 여성취업의 장기적인 안착을 저해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혼여성의 취업확대를 위해 전제돼야할 사회적인 보육지원책이 극히
최근에야 시작된데다 그것마저도 미흡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기혼여성의 시간제취업등이 늘면서 보육대상아동이
증가하고 최근 1, 2년사이 영유아보육시설설치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영유아보육시설,이른바 탁아소도 폭발적으로 늘고있다.

92년에만 해도 전국적으로 4,513개소였던 보육시설이 4년만인 95년말
두 배를 넘는 9,085개소로 증가했고 올해말이면 거의 1만2,000여개소
가까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영유아보육시설의 대다수는 정부의 지원이나 감독의 손길이
미치지않는 민간보육시설및 가정단위의 놀이방수준이다.

올 6월말현재 전국의 1만787개 보육시설가운데 국공립보육시설은
1,507개에 불과하다.

단체및 법인등 1,200개소를 공공시설로 잡아도 90%가까운 보육시설이
보육료만으로 운영해야하는 민간의 소규모시설이다.

민간어린이집및 놀이방의 경우 영유아보육법시행령및 택지개발촉진법
도시계획법시행규칙등 인가조건이 크게 완화된 상태인데도 아동 1인당
시설허가면적(3.63평방m)에 못미치거나 보육교사 1인당 보육아동기준
(2세미만 5인, 3세미만 7인)을 현실적으로 지키지못하는 곳이 많다.

그나마 이들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조차 아직도 보육이 필요한 아동의
절대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시설보육이 필요한 아동은 약 65만명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가운데 현재 보육시설에서 돌봐주는 아동은 약 36만4,000명
정도로 절반을 조금 넘는 형편이다.

정부는 97년까지 보육대상아동의 보육률을 95%까지 끌어올리기위해
보육시설설립이 확산되도록 행정규제를 최소화한다는 방안이지만
공공보육시설의 확산이 지지부진하다.

국가가 설치비와 운영비의 50%를 지원해주는 공공보육시설은 지난해
1,000개소확충을 목표로 했으나 522개소만 확충됐고 올해는 1,050개소
확충이 목표이지만 상반기중 불과 189개소만 확충되는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보육대상아동의 80%이상을 돌보고있는 민간보육시설에
대해서는 연간 30만원의 교재비지원이 고작이다.

또 상시여성근로자 500인이상사업장에 대해 의무화돼있는 직장보육시설에
대해서도 더이상 지원을 늘리지않을 계획이다.

직장보육시설에 대해서는 이미 고용보험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각종
세제감면혜택을 제공하고있으나 정작 기업체들이 기피하고있다.

직장탁아소설치를 기피하는 기업체입장에서는 탁아소설치비의 80%를
사업주가 부담하게돼있어 부담이 과중하고 도심에 위치한 사업장의
경우 자녀와 동반출퇴근하는 것을 꺼리는 근로자가 많다는 입장이다.

또 직장탁아소에서 안전사고라도 날 경우 또다른 노사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있어 리스크가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때문에 정부는 대기업의 직장탁아소를 지원할 재원이라면 차라리
더 많은 영세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탁아소에 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있으나 정작 공공탁아소의 설치확대는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아동보육사업을 거의 국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방치하다보니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보내야하는 부모들은 안전사고는 나지않을지,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돌봐주기는 하는지 불안하다.

탁아료부담 역시 만만치는 않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봐주는 종일반의 아동탁아료는 교재대
중식비 등을 포함, 25만원에서 35만원선이다.

이정도면 기혼여성근로자 월평균임금의 절반가까이 된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교재구입비로 연간 30만원을 지원받는 것이 고작이고
사실상 재정지원이 없는 민간보육시설입장에서는 보육료수입만으로
시설관리비와 보육교사인건비등 운영비를 충당해야하기때문에 이정도의
탁아료도 빠듯한 경우가 많다.

더블인컴은 시대조류가 되고있는데도 더블인컴시대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줄곳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어차피 2000년대 1인당 GNP(국민총생산)2만달러달성및 경제구조의 변화로
더블인컴시대가 시대적요구사항이라면 그에 걸맞게 공공보육시설의 확충등
정부가 영유아보육책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대책이 시급하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