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성장도 물가도 경상수지도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

수출이 망가지고 기업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값비싼 외제품은 날개돋힌듯 팔린다.

물가도 금리도 높기만 하다.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을 웃돈다.

사회간접자본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런 마당에 정부규제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러니 기업이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제 웬만한 기업들은 해외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일각에서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국내의 고비용구조를 타파할 뾰족한 대책이 단기적으로 없다는
점 때문이다.

고금리의 실태를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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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리는 선진국은 물론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장명목금리는 12.6%로 일본(1.2%)의 무려 10배를
넘는다.

독일의 4.5%, 미국의 5.8%에 비해서도 두배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런 사정은 경쟁국이라해서 예외는 아니다.

싱가포르는 명목금리가 2.6%이고 대만은 5.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높은 물가수준을 감안해 명목금리 대신 실질금리를 비교해도
결과는 똑같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명목금리에서 뺀
실질금리는 8.1%다.

싱가포르의 경우 실질금리가 0.8%로 돈 빌리는 것이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일본의 실질금리도 1.3%에 불과하다.

대만은 1.6%, 독일은 2.8%, 미국은 3.0%이다.

이러한 고금리로 인해 국내 기업의 차입금리도 높을 수밖에 없다.

94년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차입금리는 11.4%나 됐다.

일본과 대만의 차입금리는 각각 4.3%, 6.2%에 불과했다.

금리가 이렇게 높다보니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매출액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9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5.6%에 이른다.

우리나라 기업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은행대출 등 차입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 기준을 같게 하더라도 이러한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차입금 의존도가 같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업을 비교할때 국내기업은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이 3.62%로 일본기업(1.44%)의 두배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고금리는 우선 높은 투자수익률과 자금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높은 물가상승에 따른 높은 기대물가 상승률, 금융기관의 비효율
등도 고금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