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45)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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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는 보옥과 설반의 친구인 풍자영의 아버지 신무장군 풍당이 맡았다.
주례가 대례식을 선포하였다.
원래는 신랑이 나무기러기를 들고 신부집으로 가서 초례식을 치러햐
하는데 그 절차는 생략된 셈이었다.
"혼례는 바야흐로 두 성의 좋은 점이 합하여져서 위로는 종묘를 섬기고
아래로는 후손을 이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를 중히 여기느니라. 먼저 천지신명께 배례!"
신랑 신부가 각종 다과와 음식들이 놓여진 혼례상을 가운데 두고 북쪽
방향으로 나란히 서서 큰절을 해올렸다.
"조상님들께 배례!"
이번에는 사당 쪽을 향하여 신랑 신부가 절을 올렸다.
"집안 어른들과 부모님께 배례!"
신랑 신부가 대부인께 사배를 드리고 신랑 어머니와 왕부인에게도 절을
올렸다.
보옥이 아버지 가정이 있었으면 쩔쩔 매기도 했을 텐데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주도하는 혼례라 그런지 제법 침착하고 의젓하게 주례의 구령을
따라 예식을 치러나갔다.
"교배례!"
신부가 들러리의 부축을 받아 먼저 신랑을 향하여 삼배를 올렸다.
신랑은 신부의 절을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받았다.
그 다음 신랑이 신부를 향하여 반절로 이배를 하고 신부는 그 절을
앉아서 받았다.
"공식례!"
예기 혼의편의 예법에 따라 신랑과 신부가 생강을 같이 베어 물었다.
신부는 너울을 쓰고 있어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신랑 보옥은
생강의 독한 맛으로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고난이라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의식인
셈이었다.
"합근례!"
신부의 들러리가 붉은 실로 묶은 술병을 기울여 신부가 들고 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자 신부는 앉은 자세로 허리를 굽혀 읍례하며 그 잔을
신랑에게 보내었다.
신랑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 잔에 입을 대었다가 다시 신부에게로
보내었다.
대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보옥은 너울 너머로 신부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신부가 생강을 베어 물 때라든가 술잔을 입에 댈 때 들러리가 너울을
약간 들어주었는데 그 순간 보옥이 신부의 얼굴을 엿보려고 눈씨를
돋우었으나 턱과 입술 주변만 얼핏 보일 뿐 전체적인 얼굴 윤곽은 여전히
가려져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
주례가 대례식을 선포하였다.
원래는 신랑이 나무기러기를 들고 신부집으로 가서 초례식을 치러햐
하는데 그 절차는 생략된 셈이었다.
"혼례는 바야흐로 두 성의 좋은 점이 합하여져서 위로는 종묘를 섬기고
아래로는 후손을 이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를 중히 여기느니라. 먼저 천지신명께 배례!"
신랑 신부가 각종 다과와 음식들이 놓여진 혼례상을 가운데 두고 북쪽
방향으로 나란히 서서 큰절을 해올렸다.
"조상님들께 배례!"
이번에는 사당 쪽을 향하여 신랑 신부가 절을 올렸다.
"집안 어른들과 부모님께 배례!"
신랑 신부가 대부인께 사배를 드리고 신랑 어머니와 왕부인에게도 절을
올렸다.
보옥이 아버지 가정이 있었으면 쩔쩔 매기도 했을 텐데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주도하는 혼례라 그런지 제법 침착하고 의젓하게 주례의 구령을
따라 예식을 치러나갔다.
"교배례!"
신부가 들러리의 부축을 받아 먼저 신랑을 향하여 삼배를 올렸다.
신랑은 신부의 절을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받았다.
그 다음 신랑이 신부를 향하여 반절로 이배를 하고 신부는 그 절을
앉아서 받았다.
"공식례!"
예기 혼의편의 예법에 따라 신랑과 신부가 생강을 같이 베어 물었다.
신부는 너울을 쓰고 있어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신랑 보옥은
생강의 독한 맛으로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고난이라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의식인
셈이었다.
"합근례!"
신부의 들러리가 붉은 실로 묶은 술병을 기울여 신부가 들고 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자 신부는 앉은 자세로 허리를 굽혀 읍례하며 그 잔을
신랑에게 보내었다.
신랑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 잔에 입을 대었다가 다시 신부에게로
보내었다.
대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보옥은 너울 너머로 신부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신부가 생강을 베어 물 때라든가 술잔을 입에 댈 때 들러리가 너울을
약간 들어주었는데 그 순간 보옥이 신부의 얼굴을 엿보려고 눈씨를
돋우었으나 턱과 입술 주변만 얼핏 보일 뿐 전체적인 얼굴 윤곽은 여전히
가려져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