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여지의 최계순사장은 자동차부품업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기업인이다.

생산품목은 여과지.

쇠부품이 아닌 종이제품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제품으로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국내 자동차여과지 시장에서 45%를 점유하고 있다.

"여과지는 알고보면 상당한 기술 노하우가 필요한 고부가가치품목이다"
(최사장)

최사장은 "색깔"있는 경영인이다.

일에 미칠줄 알고 목표는 이루고야 마는 뚝심도 있다.

여과지 같은 멋과 강인한 흡인력도 겸비하고 있다.

최사장이 여과지업계에 뛰어든 것은 지난 82년.

당시 국내시장은 수입품이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틈새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공동개발을
시도했으나 신설회사로서 쉽지 않았다.

결국 특수여과지 전문업체인 독일의 빈저사와 88년 기술제휴, 고성능
제품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89년부터 3년간 전일은 심각한 적자를 겪게 된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덤핑 판매하면서 판로를 잃었던 것.

최사장은 굴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으로 맞섰다.

89년 서울 성내동 공장을 경기 하남시로 확장 이전할 정도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적자속에서도 월급을 올려주는 정책을 폈다.

역경을 넘기자 전일은 92년부터 강성체질로 바뀌었다.

품질 가격경쟁에서 난공불락의 성을 쌓은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20%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외국제품들을 몰아내다시피
했다.

필터제조업체를 통해 현대 대우 기아등 국내 자동차및 중장비업계에 두루
공급하고 있다.

국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시장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이 똘똘뭉쳐 소임을 다한 덕택이다.

전일은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정읍시 북면3공단에 부지 1만평
건평 2,000평 규모의 최첨단 공장을 준공, 제2의 탄생을 선언했다.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자 최사장의 첫번째 숙원
이기도 하다.

이 공장 건립에 힘입어 첨단 여과지의 기술도 완전 자립단계에 들어섰다.

최사장은 사업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소박한 꿈을 더 갖고 있다.

"정읍에 전문대를 설립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암자와 양로원을 세워
노인들이 여생을 외롭지 않게 보낼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아직은 여력이 없어 모교(전남 봉남초등교)에 장학금을 대는 정도란다.

지난해 사내효도상을 제정, 효자사원을 포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로선 고객을 만족시키고 종업원들에게 최고로 잘해주자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하고 개선점을 경영에 반영하곤 한다.

인재양성에도 주력, 전문인력은 연 1회씩 독일 등에서 연수토록 하고
주임이상 임직원들은 중진공연수원및 관련기관에 위탁 교육한다.

학자금보조 기숙사제공등 복지제도도 강화하고 있다.

전일로서는 올해가 수출원년이다.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한다는 목표이다.

최근 일본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에 에이전트를
확보, 본격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수출 200만달러 달성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