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OECD가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재정경제원이 지난 20일
OECD가입 협정문에 포함될 자본이동자유화및 금융산업개방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장 내년 1월초부터 OECD의 "자본이동 자유화규약" 91개
항목중 50개 항목및 "경상무역외거래 자유화규약" 57개 항목중 43개 항목이
자유화된다.

지금 와서 OECD가입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거나 자유화율이 다른 회원국의
평균수준보다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오직 유비무환의 마음자세로 국내 금융시장의 효율증진및 국내금융기관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매진하는 일만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책마련의 목소리만 높을뿐 실제로는 이해관계의 상충, 금융시스템
의 불안가능성, 지지부진한 규제완화 등으로 눈에 띄는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은행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얘기되지만 합병을 주도할 경영진의 의지와 비전이 부족하고 불필요한 인원
을 정리하는 문제가 쉽지 않아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데 이어 과잉인력
을 정리할수 있도록 "금융기관 합병-전환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정부가 합병을 주도하기 보다는 사장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합병이 이뤄지려면 세제혜택 금융지원 고용조정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경영권확립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강화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관료화된 은행경영진이 무엇
때문에 위험부담과 정리해고의 고통을 자청하고 나서겠는가.

정부에서는 시장경쟁에서 탈락한 부실 금융기관이 흡수합병될 것을
기대하겠지만 자칫하면 금융시장의 불안만 가중될수 있다.

따라서 규제완화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금융기관경영의 프리미엄을
없앰으로써 지배주주의 책임경영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스위스에서 보듯이 틈새시장을 노린 소형 전문금융기관의 존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국제금융 또는 파생금융 상품거래와 같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당분간 해외 금융기관과의 제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국내 금융시장의 효율증진을 위해 금융전산망 정비, 개인수표발행및
현금유통비중저하를 통한 결제시스템개선, 배당수익의 현실화를 통해
장기적인 증권투자유도 등 금융하부구조의 개혁작업도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생각된다.

OECD가입에 따라 금융상품 개방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단기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개선을 통해 결국은 우리경제를 이롭게
하자는 고내지계이다.

그러자면 앞서 지적한 여러가지 정책과제들이 차질없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특히 강조할 것은 국내 금융시장 전체로 보건 개별 금융기관 차원이건
얼마나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앞서가느냐는 점이다.

현실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