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중견연출가들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김철리 채승훈 김아라씨가 각각 연출한 단막극 3편이 한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무대는 극단무천 (대표 김아라)이 장정일씨의 3부작 "실내극"
"어머니" "긴여행"을 한데 묶어 20~11월 3일 서울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세상끝".

"실내극"을 김철리, "어머니"를 채승훈, "긴여행"을 김아라씨가 각기
개성있는 연출력과 무대기법으로 형상화해 색다른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견배우 안석환씨와 신인인 서주희씨가 세 작품에 연속 출연,
연기변신을 펼치는 것도 관심 사항.

"실내극"은 도둑모자 이야기.

아들이 훔쳐온 돈으로 생활하던 어머니는 절도에 싫증이 난 아들을
대신해 물건을 훔치다 감방에 간다.

감방생활이 현실보다 편하다는데 공감한 어머니와 아들은 다시 감옥으로
가기 위해 동시에 도둑질을 한다.

"어머니"는 같은 방을 쓰는 두 죄수의 이야기.

"큰주먹"과 "흰얼굴"은 종속관계를 유지하다 동성애적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연인도 어머니도 가져보지 못했던 큰주먹은 흰얼굴에게서 여자와
어머니를 동시에 느낀다.

큰주먹은 흰얼굴에게 어머니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흰얼굴은
그 요구에 순응한다.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재판관은 흰얼굴을 노리며 흉계를 꾸미지만
둘을 갈라놓지 못하고 결국 간수들의 폭행으로 큰주먹은 숨을 거둔다.

"긴여행"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소녀와 목적지가 불분명한 사내가
무임승차한 기차지붕 위에서 우연히 만나 섹스까지 하고 그들을 뒤쫓던
검표원을 살해한다.

그로 인해 계속 도망 다니지만 결국 출발지점인 기차지붕에 도달하고
다시 끝없이 도망간다는 이야기.

극단측은 세 단막극 모두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의
불안하고 소외된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세상 끝"이라는 상징적인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아라씨는 "극단무천의 창단5주년을 기념해 관객에게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관극체험을 제공하는 이색공연을 기획했다"며 "세명의 연출가가
달려들어 만드는 소극장연극인 만큼 작고 깊이있고 단단한 무대가 될 것"
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문의 921-7165.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