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호황때보다는 생존을 걸고 싸우는 불황때 더 치열하기 마련이다.

불황기에는 그래서 이런저런 변화가 많다.

업체간 시장분할구도가 바뀌는 것도 대부분 불황 때고 아이디어제품이
빛을 발하는 것도 역시 불황국면에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가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한 지난 상반기중 주요업종의 업체별 시장
셰어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조선맥주가 OB맥주의 30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톱의 자리에 올라섰는가
하면 승용차부문에서 대우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3위로 끌어내렸다.

그뿐이 아니다.

경쟁이 뜨겁기로 정평이 나있는 가전시장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와의
격차를 더 넓혔으며 "휘발유전쟁"에서는 유공이 LG정유의 도전을 잠재웠다.

경쟁이 특히 치열한 업종인 가전 승용차 휘발유의 올 상반기 시장셰어
변동여부를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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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전 }}}

경기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판매감소 속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내수시장
점유율에서 순위바꿈했다.

삼성전자가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난해의 41.0%에서 올 상반기 42.4%로
끌어올린데 비해 LG전자의 점유율은 41.3%에서 37.4%로 떨어졌다.

삼성으로서는 수출과 내수부문에서 모두 LG를 앞서 명실공히 국내 제1의
가전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품목별로도 삼성전자는 5대 가전제품중 컬러TV VTR 냉장고 세탁기등 4개
품목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전자레인지에서만 간신히 삼성을 제쳤다.

대우전자의 약진도 특징이라면 특징.

LG는 물론이고 시장점유율에서 LG를 제친 삼성도 절대 판매량에서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대우는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괄목할 판매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엔 판매단가에서도 삼성과 LG를 앞섰다.

<> 컬러TV =삼성이 47만2,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42.3%를 기록하며
45만2,000대(점유율 40.6%)에 그친 LG를 따돌렸다.

매출액을 대수로 나눈 대당 판매가격에서도 삼성은 37만6,000원을 기록해
LG(37만1,000원)나 대우(32만5,000원)보다 고가제품을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중 컬러TV를 19만1,000대 판매한 대우는 가전3사중 유일하게 TV판매
대수가 작년에 비해 증가했다.

대우의 시장점유율은 17.1%였다.

<> VTR =5대 가전제품 중 가장 큰 폭인 12.1%의 판매감소를 보인 품목.

삼성은 23만7,000대를 팔아(점유율 43.5%) 지난해보다 2만4,000대 줄어든
실적을 올렸다.

LG는 4만1,000대 줄어든 21만4,000대를 판매했고(점유율 39.3%) 대우는
1만대 줄어든 9만4,00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점유율 17.2%).

<> 냉장고 =삼성 LG 대우 등 3사간 시장쟁탈전이 가장 치열했던 품목이다.

모두 108만6,000대가 팔려 시장규모가 4% 감소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45만
7,000대(점유율 42.1%), LG전자 38만2,000대(점유율 35.2%), 대우전자
24만7,000대(점유율 22.7%)를 팔았다.

대우전자는 냉장고에서도 3사중 유일하게 판매대수가 늘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7.5%에서 5.2%나 증가한 22.7%를 기록했다.

대우는 냉장고의 대당 판매가격에서도 48만6,000원으로 삼성(43만1,000원)
이나 LG(41만7,000원)에 비해 높은 값에 제품을 팔았다.

<> 전자레인지 =VTR와 함께 가전3사의 판매량이 모두 동반하락한 품목이다.

또 LG전자가 유일하게 판매 1위를 기록한 품목이기도 하다.

LG는 상반기 20만 7,000대로 20만6,000대의 삼성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대우전자는 98만대를 팔아 셰어 3위를 기록했다.

LG가 점유율 40.5%, 다음으로 삼성 40.3%, 대우 19.2% 순이었다.

<> 세탁기 =지난해 2위업체 삼성이 LG를 밀어내고 셰어 1위를 차지했다.

삼성 LG 대우의 판매량은 각각 25만대, 23만5,000대, 15만4,000대였으며
셰어는 39.1%, 36.8%, 24.1%였다.

대우는 세탁기부문에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37%나 증가하는
대약진을 보였다.

< 김주영기자 >

{{{ 승용차 }}}

"대우자동차의 승용차시장 2위 부상"

올들어 자동차시장 셰어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정부의 경차지원책이 "티코바람"을 불러 일으켜 매달 1만대씩 팔려
나가면서 대우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제치고 승용차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대우의 8월까지 승용차 판매실적은 18만5,743대.

기아보다 2,000여대 많다.

시장점유율은 대우가 25.1%, 기아가 24.8%.

대우의 지난해 마켓셰어가 21.8%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약진"
이다.

대우는 "올 하반기부터 대거 선보일 신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될 때쯤이면
기아가 문제가 아니라 1위 탈환이 우리의 목표"라고까지 장담하고 있다.

현대까지 넘보겠다는 얘기.

기아도 할 말은 있다.

"승용차로 분류되는 스포티지 판매량(1만1,898대)까지 합치면 대우의
추격은 아직 저만치 뒤에 있다"는 것.

그러나 고객층이 다른 지프형자동차를 승용차전쟁의 무기로 포함시키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관전평이다.

현대도 대우의 약진에 약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52%가 넘었던 셰어가 50.0%로 낮아졌다.

현대가 최근 영업소장 회의에서 "마켓셰어 50%선 고수"를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잡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 중형승용차 =3사간의 싸움은 중형급에서 특히 치열했다.

중형차시장 규모는 최근 급격히 커져 전체 승용차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소형차시장(41%)과 맞먹는 규모다.

현대의 선봉장 쏘나타 는 지난 8월까지 모두 10만4,787대 팔려 나갔다.

전체 중형시장의 46%를 차지하며 아성을 계속 지켜 나가고 있다.

반면 기아의 크레도스는 월평균 7,850대 판매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대우의 프린스도 월 평균 7,400여대가 팔렸으나 3사중 가장 저조한 전과를
올렸다.

<> 대형승용차 =현대의 질주가 두드러진다.

그랜저에 신병기인 다이너스티가 가세하면서 8월까지 모두 2만5,758대가
팔렸다.

기아의 포텐샤(1만3,389대)와 대우의 아카디아(1,221대)를 합한 판매량보다
훨씬 많다.

<> 소형승용차 =이 시장의 전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가 소형시장의 60%이상을 점유했으나 올해는 절반수준
으로 뚝 떨어졌다.

대우 경차 티코의 "바람몰이"가 큰 역할을 해냈다.

기아도 세피아의 지속적인 판매증가로 소형시장의 마켓셰어를 올렸다.

승용3사의 이러한 판매추이는 지난 상반기 손익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자동차는 판매가 작년 동기에 비해 0.4% 감소했는데도 오히려
1,911억원의 경상이익(전년동기대비 54% 증가)을 냈다.

이는 무엇보다 돈이되는 중형차와 대형차의 판매호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
된다.

반면 기아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6.3% 증가했으나 98억원의 적자를 기록
했다.

또 대우자동차도 작년보다 판매량이 28.3%정도로 크게 늘었으나 수익은
그다지 좋지 않다.

티코판매 호조가 수익확보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다.

< 정종태기자 >

{{{ 휘발유 }}}

브랜드전쟁으로 뜨거웠던 휘발유 시장에는 올 상반기중 "지각변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셰어가 1%포인트만 오르내려도 "난리"가 나는 이 시장에서 유공이 셰어를
무려 2.7%포인트나 높인 것.

유공은 지난해 37.6%였던 시장점유율을 상반기에 40.3%로 끌어올렸다.

반면 31~32% 수준은 꾸준히 유지해오던 LG칼텍스정유의 점유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자체개발한 고급청정제를 주입한 "엔크린"의 돌풍이 셰어변동으로 가시화
됐다. 7~8%포인트로 바짝 뒤쫓아 오던 LG를 완전히 따돌렸다"

오랜만에 업계 수위자리를 명실상부하게 굳힌 유공의 공식 코멘트다.

"엔크린"을 처음 내놓은 건 지난해 10월.9개월만에 셰어를 3.4%포인트나
높여 놓았으니 "돌풍"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처진 LG정유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7월1일에 유가가 인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유소들이 기름을
사재기 했고 정유사들도 그에 편승해 밀어내기를 한 것일 뿐"이라는게 LG의
설명이다.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이 올라간게 아닌 만큼 단기적인 "시장왜곡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주장중 어느 것이 맞는 건지는 8월이 지나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